삼성전자의 플립(Flip) 공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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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p에 대한 소개는 42분 부터)

어제 CES 2018에서 삼성전자가 내놓은 플립(Flip)이라는 스마트 회의 솔루션 혹은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제품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삼성전자가 이 제품을 출시한 이유는?

삼성전자가 이 제품을 출시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명확해 보인다. 오늘 삼성전자의 보도자료 두 개를 보면 내부에 양갈래의 시각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스마트 회의 솔루션이라고 썼고 또 다른 하나는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라고 썼다. 애매하긴 하지만  기업용 회의 도구 시장을 바라본 것으로 보인다.

근데 삼성전자가 이 시장만 생각하고 있을까?

삼성은 예로부터 퍼스터 무버(First Mover)가 아니라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 성장하고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뭔가 앞선 퍼스터 무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구글의 잼보드(Jamboard)와 MS의 서피스허브(Surface Hub)라는 제품이다. 이들 제품도 삼성전자의 플립과 같이 기업용 회의 도구 시장을 타깃으로 제품을 출시 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대도 5천 불 정도로 비싼 편이고 잼보드 같은 경우는 아예 G-Suite 개념에 포함되어 있는 제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구글이나 MS 그리고 삼성전자 모두 기업용 회의 도구 시장에서 격돌할 것처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아직 적극적으로 노출하고 있지 않은 시장이 하나 있다. 바로 교육 시장이다.

그렇다면 왜 교육 시장인가?

구글은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과 크롬북(Chromebook)으로 K12 교육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이다. (참고 : https://www.nytimes.com/2017/05/13/technology/google-education-chromebooks-schools.html) 이미 애플은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지고 있는 OS 시장도 넘볼 태세다. 물론 아직까지는 미주 시장에 국한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머지않아 그 위세가 다른 변방 국가로 퍼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나온 제품 중에 하나가 바로 잼보드다. 교육적 관점에서만 보면 잼보드는 온라인에서 VOD 방식으로 수업하던 도구로만 사용되던 구글 클래스룸을 교실 내 수업 도구로 차원 이동을 하게 만든 도구라는 의미에서 기존 전자칠판과는 차별화가 뚜렷한 제품이다. 그렇다고 엄청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구글 클래스룸을 학교 외부에서 선생님과 소통하는 도구에서 교실에서 활용하는 도구로 차원 이동을 하게 한 제품으로서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구글은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한껏 들떠있는 분위기다. K12 교육시장에서의 매출 규모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른 부가적인 수익도 많이 창출되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처음 접한 학생들의 구글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는 측면에서 구글클래스룸이 구글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상당 부분 기여를 하는 서비스가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이 구글의 교육사업 전략을 어떻게 평가했을지는 몰라도 이 관점을 어느 정도로 이해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CES 2018에서 발표한 동영상에서 교실수업을 연출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표면적인 것과 실질적인 목표가 다름을 짐작할 수 있다. 플립(Flip)이라는 이름도 좀 낯익지 않나? 거꾸로 교실(Flipped Learning)을 연상시키는 제품명이 그냥 지어진 것일까?

왜 거대 그룹들이 이 시장을 넘보고 있나?

그렇다면 왜 이들 거대 그룹이 교육 쪽 전자칠판(Whiteboard) 시장에 뛰어들고 있을까? 교육사업은 국가에서 공적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어 실감되는 효과는 적지만 규모가 적지 않은 사업이다. 지금 디지털 리터러시를 중요시하고 있는 방식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감에 따라 기존의 텍스트 기반인 교과서 중심에서 멀티미디어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에 따른 시스템적인 환경의 변화가 학교 전반에 일어나고 있는데 이 중심에 서 있는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 전자칠판이다.

지금까지 전자칠판 사업은 단품을 납품하는 방식의 롱테일 시장으로 정리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그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삼성은 스마트폰, 구글은 안드로이드 혹은 크롬북 그리고 MS는 윈도우 10S 같은 OS를 플랫폼으로 활용해서 이들 전자칠판 제품과 결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시장도 플랫폼 시장으로 전환될 날이 머지않았다. 오늘 CES 2018의 이벤트는 삼성전자가 그 의지를 보여준 첫 번째 사례로 보인다.

플립(Flip)이 성공할 수 있을까?

오늘 시연을 보면 삼성전자가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품의 완성도가 시장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교실 환경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모든 선생님이 NFC가 탑재된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도 않을 것이고 G-Suite나 Office 365같은 백엔드(Back-end)가 없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UX)는 그냥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좋은 출발을 했다는 생각은 든다. 다가올 큰 전쟁에 대한 예상을 이미 하고 있는 것 같고 패스트 팔로워로써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제품을 출시했다. 애플보다 늦었지만 수많은 경쟁을 뚫고 안드로이드 진영의 지존이 된 것처럼 교육 시장에서도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경우 의외로 좋은 성과를 거둘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화력을 집중할 시기와 방법이 관건이라는 생각. 좋은 관람 포인트가 교육쪽에서 늘어나고 있는 듯해서 업계 종사자로 흥미롭게 지켜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