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보드의 무들 파트너쉽 탈퇴, 그 의미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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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들HQ의 수장이자 무들의 창시자인 마틴 두기아마스로 부터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블랙보드와 무들의 파트너쉽이 조만간 종료되고 공표될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몇년전부터 무들HQ와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는터라 마틴으로부터 종종 중요한 메시지를 받곤 했지만 이번 메시지는 이전과는 달리 뭔가 비장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무들과 블랙보드는 오랜 기간 LMS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렸던 경쟁 관계였지만 2012년 대표적 무들패키징 소프트웨어 업체인 Moodlerooms가 블랙보드로 인수되면서 경쟁적 동반자로 관계가 바뀌게 되었다. Moodlerooms는 미국에서 가장 큰 무들 고객을 확보하고 있던 무들 커뮤니티내에 간판스타였다. 이 기업이 블랙보드로 인수되면서 미주 전체 LMS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고 무들 커뮤니티내에서도 일종의 위기감 같은 것들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유는 기존 WebCT, Angel Learning 등 다양한 LMS를 인수 합병하면서 성장해왔던 블랙보드가 이번에도 무들의 대표적 기업을 인수하며 무들시장을 교란하고 기존 무들시장의 일부를 블랙보드로 교체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무들생태계에는 좋은 신호가 아니었던 것이다.

Moodlerooms에서 일하고 있던 많은 엔지니어들이 그 시점에 캔버스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후 Moodlerooms가 무들생태계내에서는 일종의 배신자 그룹으로 인식되는 시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엔지니어들이 다시 오픈소스 진영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블랙보드도 무들도(계약 문제) 아닌 새로운 오픈소스 LMS를 필요로 했는데 마침 오픈소스로 성장하고 있던 캔버스가 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했던 셈이다.

하지만 그땐 이 일로 인해 캔버스가 급성장하게 되고 그로인해 블랙보드가 2위자리로 내려 앉을 거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블랙보드에겐 Moodlerooms를 막 인수했던 2012년도는 아마도 되돌리고 싶은 과거일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오픈소스 진영에서는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썬마이크로시스템에게 잠시 인수되어 있던 대표적 오픈소스였던 MySQL과 OpenOffice가 오라클로 인수되자 곧바로 대체 오픈소스인 MariaDB와 LibreOffice가 탄생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현재 MySQL과 OpenOffice는 오픈소스이면서도 오픈소스그룹 내에서 오픈소스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독특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뭘까? 우선은 상업소프트웨어를 판매 혹은 서비스하고 있는 업체가 오픈소스를 인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픈소스를 인수한다는 것은 해변가의 모래를 손으로 잡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오픈소스에서 중요한 것은 소스코드가 아니라 바로 생태계다. 이런 시도의 끝이 대개 좋지 않은 이유는 생태계는 구매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랙보드가 잡으려고 했던 무들의 진정한 가치는 빠져나가서 새로운 캔버스가 되었고 Moodlerooms라는 허상만 손에 쥐게 된 이유다.

하지만 블랙보드의 절망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공룡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멸종의 원인에 대해 소행성과의 충돌, 기후변화 등 여러 설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보다 덩치가 작았던 포유류 등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이는 적어도 지구의 환경이 거대 동물이 살아남기에 부적합한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닝이 에듀테크 환경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의미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 시장 환경이 ‘언번들링’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음에 따라 큰 기업이 작은 기업에 비해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랙보드의 도태는 소프트웨어 혹은 서비스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장환경의 변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캔버스가 블랙보드보다 나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거나 블랙보드에 비해 월등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보다는 가볍고 직관적인 기능을 요구하고 있는 시장의 환경에 블랙보다가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환경에 비해 지나치게 고가로 책정되어 있는 가격정책도 성장의 발목을 잡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발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에듀테크 시장에서 블랙보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픈소스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고 제품을 다각화하여 제품의 가격정책을 시장 환경에 맞게 현실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하는 것은 블랙보드의 부침이나 생사여부가 아니라 이런 변화로 인해 새롭게 개편될 시장의 균형이 어디서 어떻게 맞춰질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고등교육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특정 솔루션에 의지하는 방식에서 NGDLE 환경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는 예전처럼 누구도 절대적인 주도권을 잡기 힘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