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블로그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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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이라고 하는 팀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블로그 세상에서 오랜 기간 글을 외롭게 써오던 입장에서 버클의 존재는 무엇일까, 나는 왜 다시 블로그를 그것도 팀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을까.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직장인의 삶 속에서 버클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혼자 외롭게 10여년간 이러닝블로그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블로그가 한참 인기 있던 시절에 블로고스피어 세상에 이러닝과 관련한 생각, 정보, 팁, 기술, 분석 등을 꾸준히 운영했다. 자체 웹호스팅에 설치형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했고, 서비스형 블로그도 기웃거렸었다. 그러다 티스토리가 런칭한 이후 그곳에 자리잡아 도메인도 연결하고 열심히 글을 썼다.

3년 간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반응도 시원찮았다. 5년 정도가 되니 사람들이 알아봐주기 시작했다. 레퍼러를 체크해 보면 어느 회사의 인트라넷에서 내 글이 공유되어 유입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기했다. 내 글이, 내 분석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 뛰면서 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했다.

7년이 넘어가자 일면식도 없는 나는 이러닝 업계의 빅마우스가, 실력이 출중한 분석가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블로그 잘 읽고 있다고 인사를 했고, 나는 모르지만 내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블로그를 통한 인연과 수입도 좋았다. 구글애드센스를 통한 수익이 연간 100만원 나올 때도 있었다. 월은 아니다. 연간 100만원이다.

구글애드센스 수익으로 아들 레고 장난감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사먹는 등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10년 정도가 되니 블로그 운영은 시들해졌다. 글을 꾸준히 쓸 시간도 없고, 정신적인 여유도 많지 않았다. 일 하기 바빴고, 학위를 위해 학교 다니고 논문 쓰는 데에 노력을 쏟다보니 점점 글쓰는 것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구글애드센스 수익도 급감했다.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었다. 의미도 크게 못 찾겠더라. 내가 왜 글을 통해 내 생각을 웹세상에 저장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블로그 생활의 쇄락은 페이스북이 역할도 큰 영향을 주었다. 짧은 생각, 단편적인 사색은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글 쓰는 빈도가 줄었다. 간편하게 올리면 사람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데 블로그는 올리고 나서는 그 이후의 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에 약간은 공허한 생각도 들었다. 좋아요가 몇 건이 나오건간에 내 생각을 누군가가 보고 반응을 하는가를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재밌었다. 블로그는 그렇게 내 삶에서 사라져가고 있었다.

중간에 직장에서 일로써 만든 별도의 글쓰기 공간에 다시 열심히 글을 쓰기도 했다. 나름의 사명감이었고, 일종의 개밥먹기였다. 기획해서 만든 나도 열심히 사용하지 않는데, 누가 열심히 사용해줄 것인가라는 생각에서 사소한 것들도 글로 남기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그것도 그만두었다. 나만 그런 사명감으로 일을 대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이다.

회의감. 재미없음. 이 2가지가 웹세상에 내 생각을 보내는데 가장 큰 적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버클은 어떠할까.

솔직히 지금 버클은 사명감으로 하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글 쓰는 것이 귀찮았다. 책도 쓰다가 포기한 것이 몇 권이 된다. 책을 쓴다고 누군가 출판해 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어서 목차 잡고 쓰고 그랬었다. 그러다가도 계속 관두었다. 그것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버클이 시작되는 모임에서 계속 팀블로글르 운영하자고 이야기할 때 나는 반대했었다. 글쓰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10년 운영하면서 느낀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탐탁치 않았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쓰기 싫었다. 그러다 결국에는 버클을 만들었다. 웹마스터의 역할을 자임하면서 내가 만들고, 내가 제일 열심히 글을 썼다. 왜? 사명감이었다.

지금도 버클에 짧은 생각과 단편들을 제일 많이 올리고 있다. 왜? 사명감이다. 내가 사이트를 만들었고, 내 이름으로 글이 올라간다. 물론 팀블로그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간다. 그렇지만 그 속에 내가 있기 때문에 역할을 하고 싶었다.

쪽팔리기 싫었다. 팀블로그를 운영하는데 글도 몇개 없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되었다. 글이 의미가 있고, 재미있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둘째 문제였다. 그냥 휑하게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제일 열심히 썼다. 일단은 채우기 위해서라도 내 시간과 노력을 다시 넣고 있다. 여전히 휑하다.

버클의 멤버들 모두 자신의 삶과 생활이 있다. 그 삶 속에서 버클이 어떤 의미로 자리잡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단순한 오프라인 수다모임으로 알고 나갔다가 지금은 버클의 웹사이트를 책임지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이트가 만들어진 이상 사이트의 활성화를 고민해야하고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왕이면 멋지게 보이고 싶고, 이왕이면 활성화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이런 글을 쓴다. 나는 굳이 안써도 되는 이런 글을 이곳에 쓰고 있을까. 지금 이 글처럼 긴 글도 오랜만이다.

제목으로 돌아가보자. 팀블로그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그냥 생각의 흐름에 따라 타이핑을 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팀블로그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라고. 팀블로그가 만들어진 이상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글이 많고 적음, 글의 퀄리티, 사이트의 미려함, 안정적인 운영, 이 모든 것이 브랜드를 위한 조건들일 것이다. 글은 많은데 내용이 없는 것도 문제다. 글은 좋은데 올라오는 횟수가 적어도 문제다. 사이트가 자꾸 죽어도 문제다. 글을 읽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브랜드를 위해서는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버클이 버클답게 팀블로그로 유지될 것이다. 성장은 굳이 바라지도 않는다. 아재들이 모여 시작한 수다모임이 웹세상에 작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족할 것이다. 버클에는 무언가가 계속 올라오기도 하고, 간혹 좋은 글도 있어 정도면 족하다. 내가 버클을 운영하는 방향이고 그것을 통해 버클이라고 하는 브랜드가 남았으면 좋겠다.

버클로 돈을 벌 수도 명예를 만들어 낼 수도 없을 것이다. 취미이자 사명감이니까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하면 될 것이다. 언제까지 나의 사명감이 남아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재미가 사라지고 사명감만 남는 날 버클의 운영에서 손을 떼겠지. 그 날이 언제 올지는 아직 모르겠다. 1년이 될지, 3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아직은 재미있다. 엄밀하게 말해서 재미는 오프라인에서 찾고 있다. 온라인에 글 쓰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온라인의 버클은 여전히 사명감으로 하는 것이다.

재미와 사명감이 동시에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할 뿐이다. 적어도 은퇴하기 전에는. 오늘도 많이 덥다. 온갖 잡일에 시달리면서 나의 전문성을 갉아먹고 있는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