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기술로만 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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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즈음에 열리는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발표회와 그보다 조금 빨리 열리는 삼성의 언팩행사가 향후 스마트폰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행사로 이미 자리매김한 이유는 스마트폰 시장의 중심에 늘 애플과 삼성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들어 중국 업체들의 비상으로 인해 삼성의 입지가 이전보다는 좁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삼성은 안드로이드라는 거대한 플랫폼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주요한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올해도 삼성의 언팩행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었고 발표내용은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공유되었다.

올해 삼성전자의 언팩 행사에 대한 전반적인 평은 대체로 노트9의 성능은 이전에 비해 개선되었지만 파격적인 혁신이 없었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하다. 사실 삼성뿐만 아니라 애플 또한 몇년전부터 이런 야박한 평가를 받는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삼성의 블루투스 펜과 아이폰X의 베젤리스 인터페이스, 안면인식을 통한 기술은 여전히 인상적이지만 스마트폰 시장 초기 잡스가 키노트를 통해 발표했던 여러 장면과 갤럭시 노트의 첫 출현을 생각하면 그다지 큰 혁신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유는 이미 새로운 기능의 출현에도 다소 무뎌진 소비자의 무감각에도 그 이유가 있지만 좀 더 객관적으로 보면 화웨이나 샤오미가 시장에 내놓고 있는 스마트폰의 수준과 비교해볼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반적인 스마트폰의 수준이 이미 상향평준화되었고 기술 혁신 속도가 소비자의 기대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버거운 상황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행사에서 여전히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제품 혁신의 근간이 바로 기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언팩행사를 통해 느낀 다소 반항적인 생각의 요지는 이런 방식의 기술 차별성을 계속 강조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이런 혁신이 소비자에게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조금 뜬금없지만 교육분야 특히 LMS분야에서 한동안 이런 방식의 혁신을 강조했던 시절이 있었다. 멀리도 아닌 대략 5년 전만 하더라도 블랙보드, 무들, D2L, SAKAI 등 쟁쟁한 제품들이 다양한 기능을 앞세우고 미주 시장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을 했었지만 얼마뒤 MOOC가 출현하고 곧이어 캔버스(Canvas)가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고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부터 시장의 상황은 예전과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MOOC와 캔버스는 그동안 많은 LMS가 유연한 학습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었던 복잡했던 기능을 추구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능을 단순화함으로써 기존 LMS의 발전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새로운 기능으로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던 LMS들은 처음엔 이들의 갑작스런 등장을 애써 무시하려고 했지만 결국 이들 또한 MOOC와 캔버스가 추구했던 단순성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성공 요인은 기술적인 차별성이 아니라 시장 분화에 따른 새로운 시장의 발견 혹은 실 사용자에 적합한 환경제공으로 가능한 것이었지만 기존 LMS에서 제공되고 있는 기능의 80% 이상이 사용자들에 의해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만 보더라도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ready player one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얼마전에 본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화에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황금열쇠를 차지하기 위해 속도전을 벌이는 동안 주인공은 앞이 아닌 뒤로 가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에 앞서 최초의 황금열쇠를 손에 쥐게 된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이든 기술을 앞세운 혁신성은 그 자체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혁신이 사용자의 직관적 편의성이나 새로운 시장의 니즈에 대응하는 것이 아닐 경우 그 기술은 자기만족으로 공허하게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혁신은 기술 그 자체라기 보다는 기술로 뒷받침해주고 있는 뭔가 다른 가치에 가깝다. 수 많은 MP3가 경쟁하고 있던 시절 아이팟의 출현에 반색했던 이유는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이 아니라 단순화된 인터페이스였음을 상기해보면 우리가 어떤 것을 혁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여전히 교육현장에서조차 FP(Function Point)와 콘텐츠의 양에 의해 가치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느끼는 답답함의 근원은 이런 방식의 평가방식에서 혁신의 요소를 발견하기가 힘들다는데 있다. 인프라와 달리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라는 어플리케이션 분야에서 결과물에 대한 가치가 단순히 양적인 요소로만 측정되어서는 안되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닝 업계에서 거의 10년 이상 거의 같은 수준의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혁신이라는 요소를 담을 수 있는 제대로된 평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VR과 같은 3D 기술이 에듀테크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의 소재로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그 기술 자체만으로 교육 혁신을 이야기하기에 다소 아쉬움이 있는 이유는 기존 어플리케이션의 내용과 형식이 오히려 이러한 3D 기술로 인해 더 복잡해지고 그로 인해 우리가 동원해야할 인지 감각의 양이 훨씬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나은 몰입감과 현실감을 얻기 위해 우리가 희생해야할 인지 감각의 총량이 커진다는 의미는 오랜 시간을 그 감각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오랫동안 VR기기를 사용했을 경우 어지러움과 동시에 피로를 느끼는 이유다.

Innovation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혁신(革新)이라는 말은 가죽 혁(革)과 새로울 신(新)으로 만들어진 말인데 革은 털짐승의 털을 뽑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짐승의 털을 뽑아 완전히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만든다는 뜻이다. 이건 원래 없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새롭게 바꾼다는 의미다. 기존의 형식과 틀을 바꿈으로써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든다는 것은 온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에듀테크뿐만 아니라 전 ICT영역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는 뜻이다.

분명한 것은 기술은 단순히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일뿐이지 그 자체로 혁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래 저래 혁신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