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아직 그대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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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올 때마다 뭔가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노하우를 하나씩 터득하고 있는 중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택시 타기이다. 처음에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택시를 불러세워서 안되는 베트남어로 근근히 목적지에 가곤 했는데 가끔씩은 엉터리 발음때문에 엉뚱한 곳으로 가는 걸 다시 되돌리느라 진땀을 뺀 적도 가끔씩 있다.

이런 불편함은 그랩(Grab)이라는 택시앱을 이용하면서 부터 깔끔하게 사라졌는데 결제의 간편함과 더불어 택시 운전사와 더이상 목적지에 대해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도 다른 택시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어서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앱이다.

https://www.forbes.com/sites/daniellekeetonolsen/2018/03/26/grab-officially-takes-control-of-ubers-southeast-asia-operations/#256525d16c57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랩이 동남아 시장에서 우버와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그랩에 우버의 지분이 들어오면서 이 경쟁구도가 시장지배 구조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최근 들어 길거리에 그랩 헬멧과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 같기도 한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랩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이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랩이 카카오택시와 다른 부분은 여러가지다. 우선 택시운전사에게 직접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 주로 선결제한 후 포인트를 많이 활용하는데 카드로 직접 지불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대형 혹은 고급차를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 그리고 오토바이(여기서는 모토바이크라고 부름) 택시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더 특이한 것은 택배서비스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배송하는 수단으로도 그랩이 활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의아한 것은 아직 우리도 못해내고 있는 서비스를 어째서 베트남에서는 가능했을까 하는 것이다. 베트남에서도 당연히 기존 택시 업체들의 저항이 있었을테고 나름의 교통 관련된 규제와 제도가 있었을법 한데도 그랩이 손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 의문은 한국에서 카카오택시가 일찌감치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몇년간 제자리에 멈춰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다.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큰 틀에서 존재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적어도 기술수준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3&mcate=m1002&nNewsNumb=20170324051&nidx=24217

이러한 문제와 관련되어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사례중 하나가 영국의 자동차 산업이다. 초기 산업혁명을 리딩했고 최초로 자동차 산업이 시작되었음에도 영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의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늦어진 이유는 “붉은 깃발법”이라는 제도 때문이었다. 결국은 정책의 문제라는 것인데 이런 진단에는 큰틀에서 동의하면서 그안에 더 디테일한 문제가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유는 교육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자동차와 관련해서 이런 정책적 결정을 내린 이유는 실직 등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를 고려한 탓이다. 자동차 산업이 활성화되면 그동안 마차를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던 마부들이 당장의 피해를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택시회사뿐만 아니라 택시노조가 카카오택시 서비스의 확대에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이유와 흡사하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8/17/0200000000AKR20180817122200022.HTML

교육정책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데 개혁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정책과 관련되어서는 진부하기 그지없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교육에 있어서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모든 이해관계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어짜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좋은 정책은 애초에 불가능함에도 대학, 학부모, 학생, 수많은 교육기관에서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정을 하다보니 이런 어중간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건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그들의 능력과 관계없이 초래될 수 밖에 없는 예측 가능한 상황이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정부가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저항이 있든 없든 그 방향으로 매진하고 있는데 반해 교육정책에 있어서는 정부가 출범한지 1년반이나 지난 시점에도 특별한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의 기능이 지난 시기에 산업화를 목적으로한 인재양성이 목표였던 반면에 지금의 교육은 여러가지 면에서 목적 자체부터 변화가 되어야하만 하는 환경이 되어 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쳐해 있는 환경에 맞게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따져보고 새로운 이정표를 내세워야 함에도 지금까지 어떤 정부도 그런 시도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이번 정부도 이전 정부와 이 점에서는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지난 PISA 평가를 통해 알 수 있는 우리 교육이 처해져 있는 상황에 대한 진단 결과는 학생들의 역량 향상이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의 행복(만족도) 향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학생들에게 강요되고 있는 학습의 강도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현재 교육정책의 방향이 선생님들에게 ‘거꾸로 교실(Flipped Learning)’을 적용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거꾸로 정책’을 스스로 바꾸는 것으로 수정되어야 하는 이유다.

교육 정책이 ‘행복한 교실’과 같은 비전을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방식으로 제시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대단한 전문가 집단을 모아 위원회를 구성해본들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위원회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기 전에 전제되어야할 키워드가 없기 때문이다.

베트남이 우리보다 나은 점은 사회 곳곳에 새로운 것들이 들어갈 수 있는 여백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언제부터가 그 여백을 빽빽하게 채우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아보인다. 더 큰 문제는 그 여백을 민간이 아닌 공공에서 주로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 분야는 특히나 그렇다. 새로운 여백을 만들어가는 방법은 기존에 채워져 있던 그림을 지우는 것도 있지만 캔버스를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교육에 있어서 캔버스를 넓히는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다시 이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