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분석에 대한 약간은 비관적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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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후배가 학습분석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며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공부와 희망을 메일로 보내왔다. 오랜만에 받는 상담 메일이라 반갑고 기쁘게 작성하긴 하였으나 작성하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안타까움의 대상은 후배가 아니라 바로 학습분석 자체였다. 메일로 작성한 내용을 조금 다듬어 정리한다. 그냥 이메일로만 보내기에는 글이 아까워서.

1. 배우면 좋을 것들

통계의 기본적인 지식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분석의 방법이 결국 통계방법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통계는 기초로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다만, 고급통계까지 하느라 고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학습분석을 위해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통계가 기술통계 수준에서도 가능하다고 본다. 몇가지의 요인들만 교차로 살펴보면 아주 많은 부분에서 해결되기 때문에 기초통계의 기본을 잘 닦아 놓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 필요하다면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정도 수준에서의 고급통계 기법 약간만 익히면 될 것이다. 계산이야 기계가 해줄 것이니 통계 이론에 집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후배는 통계 기초를 공부했고, R와 SQL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학습분석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지만 외쳐대었지만 정작 제대로 하지 못했다. 왜 못했냐고? 게으르고 필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게을러진 것도 필요성의 부족으로 인한 의욕상실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왜 학습분석을 더 공부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이유가 학습분석의 미래가 비관적이었기 때문이다.

2. 교육업계에서 학습분석

학습분석을 학계에서는 어떻게 정의하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교수학습 상황에서의 데이터분석을 학습분석이라고 생각한다. 학습분석이라도 해서 대단한 기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통계방법을 교수학습 상황에 맞는 데이터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학습에 특화된 데이터분석이 학습분석이다라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학습에 특화된 데이터이다. 과연 학습에 특화된 데이터라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을 고민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과거에는 이러한 시장과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 예상은 빚나간 것 같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시장이 열리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개인적으로 업무를 하면서 학습분석을 위해 이런 저런 시도를 했지만 한계가 너무도 분명하다. 교육영역에서 데이터 분석을 전담 인력으로 두고 진행하는 곳도 없을 뿐더러,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업모델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아주 기초적인 수치들만 필요로하는 경우가 많더라. 학습분석을 제대로 해서 성과를 낼 수 있어야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채용하고, 성과를 낼터인데, 아쉽지만 학습분석의 시장은 전문인력의 채용보다는 업체를 통한 SI나 솔루션 형태로 가는 것 말고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기업이 필요성을 못느끼기 때문이다.

학습분석이라고 들어는 봤고, 뭔가 힙한 키워드라서 관심을 갖다가 바로 접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예산도 없고, 조언받을 전문가도 부족하고, 솔루션도 시원찮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학습분석을 주장하는 내가 다 고민하면서 없는 성과도 만들어내야 하는데,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라는 물음을 해결하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멀어져갔다. 내 이야기이다. 내가 요즘 학습분석에 소원한 이유이다.

3. 데이터분석

학습분석이라고 하지 말고, 그냥 데이터분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하다. 교수학습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데이터가 생각보다 많지 않고, 그것을 분석하기도 쉽지 않다. 오프라인은 더더욱 어렵고, 온라인도 한계가 있다. 수료율과 수강신청 건수만으로 모든 성과측정과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 속에서 더 깊은 분석이 무슨 소용있겠는가.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에 길들여진 사용자들도 한 몫한다. 그냥 보는게 좋지, 뭔가 활동하게 하고 의견쓰게하고, 이런 것이 귀찮다. 그냥 필요한 것만 후다닥 듣고 나가고 싶어 하더라. 이벤트가 붙어줘야 한줄 써주지 뭐, 하고 적는다랄까.

데이터 분석이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영역은 이커머스분야와 게임분야일 것이다. 쇼핑몰 운영을 하는데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구매 패턴을 분석하는 것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고, 게임도 마찬가지로 분석을 해서 업데이트나 개선하는데 활용하기 때문이다. 학습은, 글쎄…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상당히 부족한 편이고 그것을 통해 분석결과를 도출하는 것도 단편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습분석의 시장이 열리지 않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니라면 학습분석을 굳이 할 필요성을 못 느낄 수도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의사결정 요소가 상당히 단순하다. 매출이 많이 나기 위해 킬러 콘텐츠를 만들거나, 이벤트를 하거나 하는 등의 패턴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다. 약간은 올드한 이러닝 패턴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진짜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에듀테크 업체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러닝에 뿌리를 두고 학습관리시스템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면 대부분 비슷할 것 같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직에서 학습분석을 하고 있다고해도 전문가를 직접 채용해서 전담시키는 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필요에 의해 채용도 이루어지고, 채용이 되어야 양성도 되는데, 애초에 필요 조차 못 만들고 있으니.

4. 교육 빅데이터 시장

교육 빅데이터도 허상으로 느껴진다. 빅데이터라고 부를 만한 데이터가 교육서비스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 일부 에듀테크 업체는 논외. 게다가 교육 영역에 특화되어 있는 빅데이터 솔루션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로그나 DB나 둘 중 하나의 데이터를 교육에 맞는 요인으로 분석하는 것이니까. 따라서 일반 빅데이터 솔루션 이외의 교육 빅데이터 시장은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교육 영역에서 빅데이터를 내 놓을 수 있는 곳도 없고, 기반도 열악하기 때문에 굳이 ‘빅’이라고 이름 붙일 필요 없다. 일반 데이터도 쌓지 않는데, 빅데이터라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예전에 관리하던 서비스의 경우 경우에 오픈 이후 현재 쌓인 데이터가 3억6천만건 정도 되는데, 이건 빅데이터 축에도 못 끼는데다가, 이 데이터를 가지고 누군가가 의지를 가지고 분석해서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관심도 없고, 현재 있는 데이터도 분석해서 의사결정에 사용하려는 이해도도 떨어진다. 그냥 잘 만들어진, 그러나 속도는 느린 대시보드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교육 빅데이터는 솔루션도 없고, 컨설팅하는 영역도 부족하다. 이유는 단 하나,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SI나 솔루션 판매가 아닌 서비스 영역에서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서비스를 개선하고, 이것이 성과로 이어져서 매출이 올라야 하는데, 투자도 안하고 서비스도 모델이 올드해서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먹고 살기 때문에 인력이 필요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양성도 안되는 것이고, 양성이 된다고 해도 굳이 척박한 학습분석 영역, 교육 영역으로 들어가려고 할까 싶다.

5. 학습분석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조금 더 넓게 보면 어떨런지

내가 교육 쪽 커리어를 쌓아왔다고 해서 굳이 계속 그 영역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듯이 내가 해왔고, 앞으로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면 모를까, 다른 업계로의 전직도 고려한다면 학습분석이라는 틀을 굳이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학습이라는 단어를 떼고 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오히려 시장은 다른 분야가 더 크기 때문에 교육이 아닌 다른 시장도 염두에 두는 것을 추천한다. 교육시장은 테크 영역에서 힘을 못 쓰고 있고, 앞으로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데이터분석이라고 하는 것이 관련 지식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도메인 날리지라고 하는 해당 분야의 시장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지식+스킬+경험 이 3가지가 필요한 영역이다. 안타깝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학습분석은 시장도 적고, 인력도 부족하고, 기업들이 투자하려는 의지도 많지 않기 때문에 학습분석으로만 한정하면 일자리를 잡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현장 데이터 분석 경험이 없는 학습분석 전문가라니,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다. 학습분석 전문가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장 데이터로 실제 상황을 분석해 본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6. 실제 데이터분석 경험을 쌓아야

도구를 배운다고 해서 실제 데이터분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업무 중에서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개발팀들과 협력해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도록 고민해 본 후에 이를 R이나 다른 도구로 분석해 보면 좋을 것 이다. 이러한 경험이 학습분석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부할 때는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해결안되는 문제들이 많은데, 이것은 경험치로 해결해야 한다. 그 경험이 쌓여 자신의 연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지금 하고 있는 현업에서 경험을 쌓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어느 곳에 퍼블리싱하는 것도 도움될 것이다. 버클도 좋고, 학회도 좋고, 개인 블로그도 좋고. 그냥 혼자 알고 끝나면 혼자만의 지식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는다. 그것을 알 수 있도록 알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영역이 시장도 적지만 실제 경험을 한 전문가도 적은 편이라 조금만 노력해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 이다.

2 COMMENTS

  1. 좋은 포스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달 전부터 학습분석이 관심을 가진 독자로서, 매우 재미있게 그리고 안타깝게 읽었습니다.

    •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내용은 안타깝지만, 반대로 이러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없는 길도 아닐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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