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일반대학의 원격수업 운영기준” 변경에 즈음하여 드는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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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 소리소문 없이 교육부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 에 ‘일반대학의 원격수업 운영 기준’ 조항을 신설하여 공표했지만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해당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제14조의3(방송.통신에 의한 수업)
1 법 제22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원격대학이 아닌 대 학에서 방송.통신에 의한 방법으로 수업을 실시하는 대학은 원활한 수업운영을 위해 적정수 준의 각종 서버, 통신장비 및 콘텐츠 개발 설비 등을 갖추어야 한다.
2 법 제22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원격대학이 아닌 대학에서 방송.통신에 의한 수업을 통해 이수할 수 있는 학점은 졸업에 필요한 학점의 5분의1을 초과할 수 없다.
3 제1항 및 제2항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수업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부장관이 정한다.

기존에는 대학 자율로 20%정도 선에서 비출석수업을 진행하고 있던 것을 교육부 차원에서 명문화하여 시행령으로 만든 것이다. 이 조항의 신설은 새로운 규제라기 보다는 일반대학과 원격대학(사이버대학 및 방 송통신대학)에서의 강의방식에 대한 구별은 하되, 일반대학에서는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던 원격수업방식을 블렌디드러닝, 플립드러닝 등 새로운 교수법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유도하고 특히나 해외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국내 일반대학의 학점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듯 하다. 대학교육 사이트에서 기고된 교육부 담당자의 의견을 살펴보면 교육부의 의도와 목적을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http://magazine.kcue.or.kr/last/popup.php?vol=201&no=4700

이번 정책의 보다 근본적인 의도는 그동안 학생정원축소 등의 이유로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대학재정에 대해 직접 지원외에 다른 방향으로 보장해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학 자율방식으로 운영하던 원격수업을 교육부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원격수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교양강좌 등을 맡고 있던 계약직 강사들에게 지급되고 있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해외학교와의 교류를 통해 부가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내용으로 보인다. 올해초에 아래 기사가 나오게 된 배경이기도하다.

http://www.etnews.com/20180122000275

하지만 해당 내용에는 이슈가 될 주제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개인인증과 관련된 부분이다. 아래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다.

원격수업시 원격평가가 필요할 경우 학사시스템 혹은 학습관리시스템(LMS)내에서 처리해야하고 단 부정행위, 대리시험 방지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마련해야 함.

언뜻보면 기존 LMS에서 이미 구현되어있던 내용으로 보이지만 실제 일반대학에서 LMS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개인인증과 관련된 생체정보(지문, 홍채, 얼굴) 인식과는 연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존 학사의 아이디/패스워드만 알 경우 충분히 부정행위가 가능한 상태라 이 부분은 새로운 시스템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기존의 공인인증서를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내국인만을 위한 시스템인만큼 외국대학과의 교류를 위해선 별도의 인증체계를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사 혹은 LMS에서 인증과 관련된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인터넷 교육의 트렌드가 거의 20년이 다 되어서야 원격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일반대학에도 온라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형태로 공식화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또 다른 산을 넘어야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이런 인증방식이 효과적인 것이며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 의문을 달리 말하면 평가에 대한 공정성과 더불어 교육적인 취지에 적합하냐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이런 방식의 부정행위 방지대책이 효과적이냐는 것이며 이렇게 적용하는 것이 과연 교육이라는 분야에 적합한 것이냐는 것이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인증이 끝난 후 해당 수업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자리를 바꿔 시험을 대신 본다면 생체정보를 활용한 인증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이 경우 캠을 활용하여 평가의 대상을 계속 모니터링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부분도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무리하게 적용하기가 힘들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중간 지점에서 타협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완벽한 인증은 무리라는 뜻이다.

동영상의 유출을 막기 위해 흔히 사용했던 DRM 기술도 모니터를 직접 카메라로 찍는 방법에는 속수무책이지만 이 기술이 그래도 의미가 있는 이유는 유출의 가능성을 줄이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에서 본다면 생체정보를 이용한 인증도 그러한 수준에서 의미를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부정행위를 하려고 하는 학습자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교육분야에서 이러한 인증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과연 적합한지에 대한 질문은 좀 더 근본적이고 도전적인 이야기다. 왜냐면 교육과 은행거래를 같은 기술로 인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과 동시에 이것이 교육이라는 분야에서 적용되어야 할 정도로 절실한(Critical)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MOOC 사례에서도 봐왔듯이 수료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평가를 통과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교육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생체정보를 활용하고 있지 않다.

이유는 어쩌면 단순한데 우리에게 평가는 결과지만 그들에게는 평가는 전체 교육내용의 일부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다뤄왔던 교육학은 지금까지 강의식 수업방식이 가지고 있었던 지식전달 방식의 강의체계가 학습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도 예전 방식의 평가 체제가 공고한 것은 학기말 학습자가 지식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대부분 우리 고등교육의 기본 평가방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에서 생체정보를 활용한 인증방식을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방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여기서 간과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슈는 이런 솔루션들이 기존 브라우저 기능(표준)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공인인증서를 활용할때처럼 무수히 많은 프로그램이 사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내 대학의 해외 수출을 이야기하고 있으면서 정작 웹표준에 벗어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우리 대학 콘텐츠를 활용하게 될 주요 대상 국가의 학습자 환경을 고려할 경우 이 이야기는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과연 우리나라 국민처럼 그들도 수많은 액티브엑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설치할 정도로 관대할까?

지금까지 인터넷에서의 익명성은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과 사상을 공개하고 공유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 되어 왔지만 제도권내에서의 이러한 인터넷의 익명성은 그다지 환영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이 자랑(?)하고 있는 전자정부서비스는 인터넷의 익명성이 주는 공익성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가치가 첨예하게 충돌할때 그 가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하는 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이 해결과정에서 주목해야하는 부분은 형식과 내용이다. 그간 우리 정부가 해결해왔던 방식은 다분히 형식적인 방식이었다. 그렇다보니 다양한 방식의 보안장치가 마련되고 각 개인이 인증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프로그램 설치 혹은 오류로 인한 불편함은 서비스를 이용해야할 개인이 감수해야할 몫이 되었다. 한국에서 각종 증명, 은행거래 등을 위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고 이를 개인 저장소에 저장하고 다시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이를 증명해야하는 것은 한국인으로 살아갈때 반드시 거쳐야하는 통과의례가 된지 오래다. 그들에게도 같은 이와 같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는 생각이다.

아마도 늘 그랬듯이 이와 같은 질문은 일반인의 지나친 우려로 치부될 것이고 원래 교육부의 방침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질문을 던져야하는 이유는 앞으로도 고등교육의 원격수업의 정책이 만들어질 때 누군가는 이러한 문제를 미리 지적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에서 온라인 학습과 관련된 정책을 만들때마다 이전의 선례에서 한발짝도 진화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여전히 콘텐츠의 품질에만 의존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품질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교육에서 콘텐츠의 품질만큼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자가 없는 원격수업에서 조차 콘텐츠의 완결성을 통해서만 학습자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고등교육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이 말이 맞다면 일타강사가 강의하는 인터넷 강의를 들은 모든 학생은 일류대학에 갈 수 있어야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습경험인정, 대학자율적인 콘텐츠 관리 등 이번 교육부의 정책적 변화에 대한 기대가 전혀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 이번 정책적 변화를 보면서 드는 대체적인 관전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