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에서의 블록체인 사용 매뉴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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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블로그에 올렸던 “에듀테크에서의 블록체인의 활용법”의 두번째 이야기를 해야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블록체인쪽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내 생각 또한 조금씩 변화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그때 글을 보지 못했던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면 좋겠다.

https://www.buzzclass.kr/archives/222

https://www.buzzclass.kr/archives/228

그때 올렸던 내용을 대략 요약하면 퍼블릭 데이터베이스로서의 블록체인의 기본 기능을 고려했을때 가장 큰 쓰임은 데이터와 콘텐츠 저장 및 유통(전송)이라는 것이다. 데이터 저장소로서의 블록체인은 xAPI(학습경험)과 Badge(학습성과) 데이터를 저장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어 기관 중심적인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어 있는 데이터들에 비해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다는 것과 콘텐츠의 저장소뿐만 아니라 CDN이 해결하지 못했던 서비스의 가성비를 블록체인을 활용할 경우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러한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고 일부 서비스에 의해 실현되고 있어서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교육시장 내에서 현실적인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암호화화폐 규제로 인해 다소 주춤하던 블록체인 시장이 다양한 산업군으로 파생되면서 정부의 규제와 관계없는 방향으로 활로를 찾고 있기도 하고 지방자치정부(제주도)와 국회에서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별도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맞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교육분야에서의 블록체인 관련된 움직임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관심이 아예 없어서라기보다는 관망을 하고 있거나 아직은 그 쓰임새가 명확해 보이지 않은 탓으로 선뜻 여기에 투자를 하고 있는 주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심스러움은 블록체인기술과 암호화화폐를 동일시하고 있는 시장의 관습적인 태도와 그에 따른 정부 규제와 관계있어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블록체인은 암호화화폐를 빼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블록의 지속적인 생산과 그에 따른 안정적인 노드 확보가 보상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상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상은 곧 토큰(가상화폐)의 발행으로 이어지고 그에 따른 토큰 자체에 대한 투자 혹은 투기로 연결되어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이러한 일반적 시각이 퍼블릭 데이터베이스라는 블록체인의 본질적인 속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울어진 시각이라 하더라도 그 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암호화화폐가 주요한 역할을 해왔던 것 또한 사실이므로 이 두가지 속성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개념이 진화를 하면서 데이터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드를 확보하는 것이 노드의 블록채굴 행위와 그에 따른 보상행위 외에도 가능해짐에 따라 블록체인과 암호화화폐는 별개의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교육분야에서 노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일반적인 블록체인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방식을 굳이 따르지 않더라도 가능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가능성은 교육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공성(Publicity, Publicness) 때문이다.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공공성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국민의 기본 권리에 따른 국가의 의무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드확보가 국가의 예산 혹은 공공 교육 기관의 기능으로 가능하다면 블록채굴 혹은 노드유지를 위한 보상, 즉 토큰발행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블록체인과 교육간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공공재로서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토큰발행으로 인한 부작용이 없고 블록체인이 분명한 명분과 가치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고려해볼만한 소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교육에 있어 어떤 명분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교육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대로 크게 두가지로 나눠질 수 있다. 데이터와 콘텐츠다. 이를 활용의 측면에서보면 데이터는 주로 학습자의 학습이력이고 콘텐츠는 공급자의 자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두가지 주체를 연결하는 거래의 개념을 추가할 수 있겠다. 이렇게 보면 블록체인의 쓰임새가 꽤 단순하게 정리될 수 있다.

우선 학습자 측면을 보자.

블록체인을 사용하게 될 경우 가장 큰 의미는 학습자의 학습 데이터가 사회적 자산(Social Asset)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기관에서 보관되고 있는 다양한 학습 데이터는 기관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학습성과 데이터가 기관에 보관되어 있다는 것은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학습성과 결과를 필요시 개인이 직접 수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것외에도 데이터의 신뢰성,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오픈뱃지(Open Badge)는 이러한 불합리성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나온 개념이지만 데이터의 보관의 측면에서 여전히 기관 의존적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그 한계는 명확하다.

개인의 학습 이력과 학습 성과 데이터가 블록체인에서 관리될 경우 개인의 학습데이터가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됨과 동시에 개별 기관에서 별도 보관되어 있던 데이터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전자지갑(Wallet)안에 모든 데이터가 암호화되어 관리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개인화가 가능해질 수 있어 오픈뱃지 서비스보다 더 광범위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나아가서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될 경우 이를 빅데이터 서비스와 결합하여 다양한 학습분석들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공급자의 측면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해결될 수 있는 여러 과제들이 있다.

콘텐츠의 보관과 전송은 오랫동안 교육 콘텐츠 공급자들의 중요한 화두였다. 지금은 CDN,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양한 솔루션이 나와 있어 대부분의 공급자들은 적어도 서비스 안정성에 있어서는 큰 걱정을 하고 있지 않는 상태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은 여전한 부담이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시장 진입자들에게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허들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교육부분에 있어서는 큰 이슈는 아니지만)  보안 이슈(파일 해킹 등)까지 더해지면 현재 수준의 서비스가 완성된 단계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경우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새로운 서비스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공급자 측면에서 블록체인을 검토해야하는 이유다.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스팀잇(Steamit)의 DTube(d.tube) 서비스나 Storj(Storj.io)은 분산처리 컴퓨팅을 활용해 탈중앙화된(Decentralized) 방식으로 콘텐츠 서비스를 하고 있다. (Dtube와 IPFS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블로그 글에 간단하게 정리한 바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https://www.buzzclass.kr/archives/190

이 두가지 서비스에서 공통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분산처리 기술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 기존 서비스는 하나의 완성된 파일을 한개 이상의 서버에서 서비스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기술들은 파일을 잘게 쪼개 여러 서버에 별도로 보관하고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토렌토 같은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제한된 서버에서 보관과 전송을 할 필요가 없고 한 서버에 완성된 형태의 파일이 보관되어 있지 않아 파일의 유출 가능성도 낮아진다.

물론 이 기술 자체를 블록체인 기술이라 할 수는 없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이 다양한 서버 제공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이미 그 역할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서 토큰과 보상정책을 통해 활용하고 있는 거래 방식이 다수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을 해보자 지금 현재도 많은 공공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유휴 장비를 블록체인의 노드로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떤 일들이 가능할 것인지. 노후화되어 폐기직전의 장비와 100% 활용되고 있지 않은 장비만 모아도 블록체인의 노드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가 실현 불가능했던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거버넌스의 문제에 가까웠다. 블록체인은 이전에 불가능했던 것을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 로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세번째 거래방식은 좀 더 복잡한 이야기가 될 것이므로 다음 글에서 다시 이어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