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에서 블록체인 사용 매뉴얼(2/2)

0
1281

거래와 관련된 세번째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약간의 사고 전환이 요구된다. 그동안 이야기해왔던 교육과 기술에서 좀 벗어난 내용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내용은 주로 경제와 관련된 부분이지만 경제학을 공부했을리가 없는 사람이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할 요령은 없으므로 중등 사회교과서 나오는 내용의 수준으로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알다시피 공급자와 소비자간의 현금을 통한 거래가 신용거래라는 방식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물물교환 방식의 거래 방식이 화폐라는 매개(Medium)를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했던 것처럼 신용거래라는 새로운 매체(Media)를 통해 또 다른 도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첫번째가 매개로 인한 것이었다면 두번째 요인이 매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우리는 차를 사거나 집을 살때 더이상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다. 금고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전하지만 대부분 수표 혹은 이체를 통해 거래를 한다.여기에 더해 인터넷은 신용거래를 강화하는데 크게 일조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현금이 해결하지 못했던 거래 규모와 속도를 인터넷을 통해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용거래와 인터넷이 결합한 까닭이다.

실제 매개와 매체 이 둘의 상관관계 혹은 균형이 경제에 있어서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 균형이 깨졌을때 매개와 매체는 서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되는데 지금의 신용거래의 탄생은 화폐가 가진 물리적(공간적, 시간적) 한계에서 출발한다. 다만 화폐라는 매개를 건드리기 보다는 크게 리스크가 없는 신용거래라는 매체의 변화로 한계를 극복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도 게임머니, 마일리지 등등 현재 통화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토큰들이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현금 방식의 거래로 수용하지 못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화폐 경제체계의 균형 상태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암호화 화폐의 필요성에 대해서 주장하는 사람들은 화폐가 가지고 있는 근본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수명이 다했음을 이야기하고 있고 반대쪽 진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 화폐는 대안이 될 수 없고 작금의 암호화 화폐 시장은 가진 자들의 머니 게임에 불과하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양쪽이 완전히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공통된 의견은 현재 화폐 시스템이 현재 경제구조를 지탱하는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때 화폐가 객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달러가 영국 파운드 대신 기축통화로 활용되었던 이유는 달러가 기반하고 있던 금본위제 때문이었다. 현재는 금보유고와 관련없이 달러를 마구(?) 찍어내고 있지만 달러의 국제적 위상은 여전하다. 적어도 베네주엘라 화폐보다는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은 화폐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화폐(국가)에 대한 상대적 신뢰로 가치가 정해진 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말이 맞다면 미국 FRB가 발행하고 있는 달러에 비해 비트코인이 훨씬 높은 가치를 기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철저하게 시스템적으로 발행되고 있는 (사람의 의지가 작동할 수 없는) 비트코인이 연방준비은행(FRB)라는 민간은행이 임의로 발행하고 있는 달러보다는 더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비트코인을 발행하는 국가가 있고 그 국가의 위상이 미국보다 높다면 이미 비트코인이 달러보다 더 강력한 기축 통화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화폐기반의 경제가 현재 새로운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고 새로운 방식의 거래가 탄생될 시점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암호화화폐가 그 대안이 될 지 혹은 또다른 대안이 탄생할 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기존의 화폐를 기본으로 한 전자상거래 방식이 한계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교육에서도 거래 방식과 관련된 동일한 이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이야기를 교육부분으로 좁혀 이야기하자면 교육이 여느 전자상거래와 다른 것은 지난번에 언급한대로 공공성과 관련된 부분인데 기존의 전자상거래 방식에서는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에서의 공공성을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거래 개념에서는 교육 소비자의 지출과 교육 공급자의 수익의 비대칭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학생(수강자) 입장에서는 무료 혹은 적은 비용으로 강의를 듣더라도 콘텐츠 공급자가 수익을 실현하는데는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공공기관의 경우 국가의 예산이 들어가는  구조이므로 이를 실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일반 사교육 기관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경상남도에서 실시했던 여민동락 서비스는 토큰을 기반한 교육서비스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엿볼 수 있게 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홍준표 지사시절 무상급식은 경상남도에서 큰 화두였다. 결국은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고 이 예산을 다른 목적의 예산으로 활용하기로 했는데  그것이 바로 여민동락 서비스가 탄생하게 된 주요 배경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경상도에 살고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1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토큰)을 주고 이를 활용해 교육 서비스 업체의 교재,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경상남도에서는 토큰이라는 말 대신 바우처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제한된 범위내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새로운 화폐를 발행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다만 토큰이나 기존 화폐와 바우처가 다른점은 거래가 종료되는 동시에 바우처가 휘발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바우처는 제 3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어 비교적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에만 활용될 수 있다. 카지노에서 현금을 주고 사용하는 칩이나 블루마블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짜돈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사교육에서 공공성을 유지해야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이 당위성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그리고 사교육에서도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교육 공급자와 소비자간의 비대칭성을 해결할 수 있다면 토큰을 활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이 기존 교육 서비스에 던지고 있는 화두이다.

아마도 지금 ICO를 준비하고 있는 대부분의 교육 업체들은 이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고민의 양상은 다를지라도 이 비대칭성을 자신들이 만든 토큰을 통해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나름 정교한 경제학 이론이 도입될 필요도 있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https://www.bloter.net/archives/309777

블록체인이 웹이 탄생한 이후 교육 생태계에 가장 큰 영향을 주게 될 테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근간 질서를 바꿀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데이터 관점의 블록체인 활용이 유틸리티적인 접근이라면 거래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블록체인 활용은 교육 생태계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혁명적이고 파괴적인 접근이다.

교육쪽에서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심경은 그래서 다소 복잡하다.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슨 짓을 하게될지 몰라 무섭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짜피 올 손님이라면 무섭다고 무작정 거부하기보다는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안내하고 최대한 정중하게 쉴자리를 마련해주는 편이 나을 것이다.

산업혁명 당시에 있었던 러다이트 운동의 무상함을 우리 시대가 반복해서 경험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