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서의 기술의 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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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의 삶은 생각지도 않던 사람이 베트남에 나와 살게 된 지 1년 10개월이 지나고 있다. 처음 베트남에 와서 내가 한 일은 ‘우리나라의 앞선 문물을 베트남에 이식시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흑역사도 이런 흑역사가 없다. 첫 글감으로 관성을 선택한 것은 나의 흑역사를 반성해보고자 선택한 것이다.

오늘 글에서 2개의 관성을 말하고 싶은데, 첫 번째는 기술의 관성 두 번째는 역사의 관성이다. 이 두 문제를 조화롭게 풀지 못하면 어느 한쪽으로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관성에 매몰되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고, 역사의 관성에 매몰되면 고쳐쓸 수 없는 이종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기술의 발달은 전세계가 동시에 일어난다.

흔히들 기술혁명과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1차 농업혁명, 2차 산업혁명, 3차 정보혁명 과 함께 사회 패러다임이 변화한다. 교육에서의 기술도 마찬가지로 기술이 선행하고 기술이 안착된 후 교육에 적용된다. 문제는 그 기술의 확산주기가 점점 짧아진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자 기술과 적용의 GAP은 점점 짧아져 거의 동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술의 꿀 맛을 맛보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획기적인 변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업그레이드된 최신형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것을 보면 기술과 적용이 더욱 가까이 활용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꼭 최신의 것이 아니라 해도 누구나 편리함을 맛보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가서 와이파이를 하이에나처럼 찾아 다니다 귀국하는 날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뜨는 LTE가 반갑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애플의 신상품 출시는 전세계를 대상이지, 1차 미국, 1년 후 OECD가입국가, 2년 후 개발도상국이 아니지 않은가?

누군가는 구글과 네이버를 두고 서양과 동양의 웹페이지를 비교하며 문화특성을 분석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에게 구글과 네이버는 그저 ‘검색엔진’과 ‘종합포탈’이지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와는 관계가 모호해진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을 생각해보자. 국내 많은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있었지만 ‘동영상 플랫폼’의 하나로 유튜브가 경쟁에서 이긴 것이다. 이제 지역이나 나라에 국한된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결국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것이 존재하고 그 하위에 그 나라와 제도 문화에 맞는 서비스들이 자리잡게된다.

우리가 4차산업혁명이라 명명하고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현상의 방증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싸이월드부터 카카오톡, 네이버를 예로 들며 ‘한국형’이라는 것을 만들어놓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이상한 흐름을 가져가는 것 같다. (각종 K-모모모 무엇..) 왜 세계최고의 서비스를 만들고싶어하면서, 한국형으로 변형하는 것일까.

 

우리는 해왔던 것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한국 이러닝은 질적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이러닝의 역사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는 ‘원격교육’이다. 원격교육은 최초 우편교육부터 시작되었으며 라디오와 TV를 통한 방송통신교육을 거쳐 이러닝까지 오게 된다. 요즘은 Edutech라는 이름으로 ‘러닝’보다는 ‘테크’라는 능동성이 강화되었다.

우리는 플랫폼을 콘텐츠를 재생시키는 수단, 학습자의 시험결과를 수집하는 수단, 학습자의 수강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목표는 콘텐츠였던 것이다. 콘텐츠에 집중하여 방송과 같은 눈에 끄는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그 퀄리티는 지속된다. 이제 와서 해외사례를 가져다 놓고 저작툴로 만들어진 Just in Time형 콘텐츠를 들이대면 모두들 혀를 찰 것이다.

플랫폼을 살펴보면 나는 왜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SCORM을 쓰지 않게 되었는지 아쉽다. SCORM은 콘텐츠를 묶는 규칙이지만 결국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본정보를 담고 있는 소스정보이다. 해외업체 중 역사가 있는 업체들은 SCORM을 기반으로, xAPI 규칙을 만들고 이것을 발전시켜 data를 모으고, 학습자, 콘텐츠, 학습정보, 시험정보 등을 모두 모아 big data로 가공한다. 과도기가 조금 있긴 했지만 이 관리된 data는 이제 big data에서 AI로 넘어가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게 한다. 올해 20주기를 맞이한 미국의 S사는 20년동안 꾸준히 발전하였으며, 4차산업혁명에 맞게 본인들의 플랫폼을 혁신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SCORM을 배척하면서 체질적으로 data를 관리하기에 어려움이 생긴것이다. 우리는 지금 가능할까? 새로 태어나는 것이 더 빠를까?

SCORM이라는 데이터를 분류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없었다면 경험 기반의 데이터도 관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source: https://www.slideshare.net/WatershedLRS/learning-analytics-primer-getting-started-with-learning-and-performance-analytics)

해외진출 시도가 개도국이라는 프레임을 벗었으면 한다.

개도국에 진출할 때 가장 실수하는 것이 우리역사의 관성과 기술의 관성을 우리식으로 해석하는데 있다. 우리의 이러닝 발달 순서대로 이러닝이 발달 될거야. 아직 인터넷이 느리니까 모바일러닝은 필요 없을 거야. 뭐 대강 이런 식이다.

뭐 이런걸 상상하고 왔는데…
풀뽑다가도 영어학습게임을 하는 상태랄까…

베트남을 예로 들어, 우리가 실수할 수 있는 포인트는 대략 이렇다. 1. 인프라가 취약(인터넷이 느리다), 2. 한국기술을 유지보수 할 수 있는 인력이 없음, 3. 현지 이러닝 콘텐츠 상태, 4. PC보급율이 낮음 5. 학습에 대한 필요성이 높지 않음

  1. 인프라는 점점 나아지고 있으며 학습에 필요한 정도의 인프라는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유투브와 넷플릭스는 그렇게 재생이 잘되는데, 교육콘텐츠는 안되더라.. 인프라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문제라 생각한다.
  2. JAVA개발자는 우리나라만큼 몸값이 높을 뿐, 없지 않고 대부분 대기업에 들어가 있다. PHP개발자는 쉽게 채용할 수 있으나 그 능력치는 급여수준에 따른다.
  3. 우리나라 교육콘텐츠가 너무 too much는 아닌지 생각해보자. 해외 콘텐츠 우수작을 보아도 학습 로직이 잘되어 있지, 촬영 기술이나 편집기술이 뛰어나진 않다.
  4. PC는 없어도 아이폰은 산다.
  5. 학습에 대한 욕구는 사람 by 사람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사회 분위기상 경쟁사회,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해야한다는 주입식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있다. 이런 분위기가 아니라고 해서 후진국 선진국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않다 생각한다. 노르웨이에 자기계발서가 판매1위를 하지 않는 것처럼…

글의 흐름이 비판적인데 물론 한국은 콘텐츠 강국이다. 보는 것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세계최강이 아닐까 싶다. 그것을 해외시장에 편리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잘 정렬하고 내놓는 것이 첫 번째 허들이다. 플랫폼 또한 우리는 모니터링과 감시를 교육이라 생각하지 않았는가. 관리툴은 세계최고라 할 수 있다. 다만 무엇이 학습을 수료하게 하는지가 아니라 학습자가 진정 학습했는지 확인하는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하는 것이 두 번째 허들이라 생각한다.

본인은 이제는 일하고 있는 곳이 개도국이 아니라 해외시장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 해외 유수의 서비스들이 들어오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은 제도적 문제이거나 우리나라 역사관성과 그들의 기술관성이 맞아떨어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반대로 앞으로의 서비스들은 해외에서 통용될 것인가를 고려해야한다.

결론. ‘한국형’은 이제 그만, 본질을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