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콘텐츠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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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닝 전성기 시절에 나는 콘텐츠 교수설계 업을 시작으로 이러닝 업계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이때는 학습관리에 대한 개념도, 플랫폼의 개념도 없이 콘텐츠만 기획하고 설계하여 개발을 관리하는 일만 열심히 했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교수법 이론도 열심히 적용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위해, 신선한 접근을 위해 보단히도 노력했던 것 같다.

마케팅을 RPG 게임형태로 만들어도 봤고, 재무회계를 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도 봤다. 조직가치를 목표기반 시나리오(GBS)로 만들기 위해 해외 사이트를 뒤졌고, 문제해결 능력 계발을 위해 문제중심학습(PBL)을 적용해 보기도 했다. 재밌었고, 자극이 되었다. 다른 곳에서 만든 콘텐츠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즐거웠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학습절차와 스토리와 이론을 적용한 곳이 있으면 나도 열심히 해서 더 몰입감 있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지라는 의욕도 가졌던 것 같다.

그 덕분에 이러닝 교수설계 책도 쓸 수 있게 되었고, 그 책을 집필했던 기점으로 이러닝 업계에 이름도 알려지게 되었다. 블로그도 열심히 운영하고, 간간히 들어오는 자문과 컨설팅 등에서 활약을 했던 기억도 있다.

교수법과 교육공학 이론을 콘텐츠에 담아내기 위해 공부하고 고민하던 시절, 이러닝 콘텐츠의 전성기였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전성기는 정부주도로 마련되었다. 노동부의 고용보험환급의 기준이 ‘교수설계의 효과성’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그에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물론 이런 기준이 장기화되면서 폐혜가 생기기 시작했고, 교수설계 무용론도 나왔다.

고용보험환급 기준이 실제학습시간(일명, 러닝타임) 기준으로 바뀌면서 교수법은 모두 사라졌다. 학습강좌 시간만 채우면 환급을 줄 수 있게 바뀌면서 콘텐츠에 고민할 필요 없이 예쁘게, 그리고 길게 만들기만 하는 시절이 왔다. 이 시절을 지나면서 교수설계의 역할은 축소되었고, 플래시의 길이만 맞추면 되었다.

지금은 동영상의 시대이다. 모바일 대응을 위해 mp4 포맷으로 동영상을 만들고 있으며, 적폐인 플래시를 몰아내는 신진세력이 되었다. 상호작용도 필요 없이, 유튜브에 익숙한 세대에 맞춰 짧고 간결한 동영상이 대세이다. 마이크로러닝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밀레니얼 세대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

회상해 본다. 고민하던 교수설계 기법들은 지금 어디서 잠자고 있을까? PBL이 부족해서 콘텐츠에 덧잎혀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PBL은 효과가 없을 것일까? GBS를 알고 있는 사람은 있을까? GBS로 설계를 하는 것이 학습자에게 어필이 안되기 때문일까? 그 많던 교수설계가 적용되었던 콘텐츠는 어디로 갔을까?

에듀테크의 시대, 기술만 이야기하기에는 그 많던 콘텐츠, 그 화려하던 교수설계 기법이 아쉽다. 콘텐츠 기반의 에듀테크를 지향하는 곳이 나와 mp4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배움의 방향을 다양화 시킬 수 있는 그런 에듀테크는 없을까? 교수설계 이론을 실제화하여 천편일률적인 mp4에 대항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의 콘텐츠는 나오기 힘든 것일까? 잠 오지 않는 새벽에 문득 떠오른 아련한 추억을 글로 담아 본다. 그 많던 콘텐츠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