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아직 오지 않은 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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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노무현 정부시기 “비전 2030”이라는 미래 전략 리포트가 나오자 마자 온 나라가 떠들썩 했다. 기억하기론 기대보다는 5년짜리 정부가 그것도 1년 남짓남은 정부가 1,10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예산이 들어가는 청사진을 무슨 권한으로 제시하냐는 비아냥 섞인 비판이 주류였다. 그런 비판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2030년에 대한 미래비전이 내 삶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때로부터 2030년까지의 24년은 너무 먼 미래였기 때문이었다.

다시금 생각해보니 지금은 2030년과 2006년의 딱 중간쯤에 위치한 시기다. 그때로부터 정확히 12년을 지나왔고 앞으로 12년후면 2030년이 된다. 다시 말하면 2030년은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로 성큼 다가왔다는 뜻이다. 지난 12년간 정치 사회적으로 그리고 산업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사이 이러닝 생태계도 예외없이 변화를 겪어왔고 다시금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12년의 기간동안 국내 교육생태계에서 2030년 혹은 그 이후를 이야기한 기억은 없다. 하루 앞도 예측하기 힘들었던 지난 시절 우리에게 2030년은 그저 SF영화에서나 다룰만한 먼 미래일뿐이었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글로벌 교육 그룹들은 2030년을 그다지 먼 미래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듯하다. 아래는 HOLONIQ이라는 교육 컨설팅 기업이 주관한 리포트다.

https://www.holoniq.com/2030/

이 리포트를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것은 그들이 전하고 있는 내용이 아니라 2030년을 예상하고 있는 리포트 그 자체와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Roundtable의 기관들 면면이다.(내용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대략만 보더라도 대부분 우리가 아는 기업들과 교육기관들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우리 기관과 기업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눈에 띄는 부분은 중국 기관들의 활약이다. 다섯번째 테마로 선정된 “Robo Revolution”의 주목해야할 기술로 AI를 지목했고 여기에 중국이 교육부문에 특히 AI 분야에 어느 정도의 투자를 하고 있는지가 별도로 소개되어 있다. 이런 사실이 우리가 이러닝 혹은 에듀테크의 변방에 위치해 있다는 것과 동시에 우리가 2030년을 바라볼 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일까?

시장의 규모와 기술의 수준에 비해 우리의 역할이 글로벌 교육 생태계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 있다는 사실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비판하거나 비통해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유를 찾는 일이다. 우리가 그동안 대학입시나 취업 등 오늘의 이슈에만 집착하고 있는 동안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를 성찰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동안 우리의 국제 활동과 우리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찾아보면 알겠지만 수출이나 국제 활동을 위한 정부지원 정책은 차고 넘친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해외 표준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오면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해외 전시회는 많은 기업들이 꾸준하게 참여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국제 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노력의 양보다는 방향성이 잘못 설정되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46333492

이 기사는 국내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탓인지 한국어 기사는 BBC 한국어판에서만 찾을 수 있다. 얼마전까지 4대강 사업에 20조원 이상을 쏟아 부었던 한국이 고작 1600억 남짓한 예산으로 쏘아올린 이 탐사선의 활동과 2030년 교육 생태계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 모두가 오늘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몇십년 후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들 중 누군가는 그런 고민을 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초겨울 무렵에 우연히 조우한 어느 외국 기업의 2030년 리포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지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우리 미래의 씁쓸한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