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님 계십니까?

0
458

요 며칠 아파서 머리쓰는 일도 못하고 마음쓰는 일만 했다.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 안부도 전하고, 밀렸던 영화도 몇편 보고, 사무실 청소도 하고, 연말 모임을 위해 쇼핑도 좀 하고. 그렇게 머리를 비우니 마음이 채워졌다. 확실히 개발은 마음과 따로 논다.

중학교때 나의 꿈은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마음과 감성의 언어가 좋았다. 여지가 없는 것보다는 뭉뜬 것이 좋았고, 오차없이 돌아가는 기계들보다는 안개낀 숲이 좋았다. 어릴때부터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특히 숫자나 연도를 기억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문과’를 선택하는 데 0.01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고등학교때 교과서에 실린 소쉬르의 ‘구조주의’에 감명을 받았고, 언어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교에서의 언어학은 그전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촘스키의 시대였다. 한국의 언어학이 미국과 10년 이상의 차이가 있었고, 고등학교 교과서의 구조주의는 30년의간격이 있음을 알지 못했다. 촘스키가 제시했던 언어 규칙의 실타래, 그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언어학에 관심을 잃고 결국 자퇴를 했다.

이런 내가 프로그래머가 된지 올해로 30주년이다. 꽉 짜여지고 빈틈이 없고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프로그래머의 세상에서. 대학교 입학전  동네 컴퓨터 학원에서 한달짜리 베이직 프로그래밍 코스도 뭔 소리인지 이해도 안되고 재미도 느끼지 못해 그만 두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고, 개발환경이 변화하고, 그리고 배포해야 할 디바이스는 많아진다. 아주 초기에 이런 변화에 조급함과 두려움을 꽤 느낀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관심을 끊은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개발자들 모임에서 처음 듣는 생소한 기술 용어들을 많이 접한다.

그럼에도 개발은 늘 한결같다. 에디트 창에 언어를 기술하고, 돌려보고, 오류를 잡아낸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래서 “개발은 그저 글쓰기”이다. 이것은 협의의 개발을 의미한다. 좁은 의미의 개발은 기계적이지만, 넓은 의미의 개발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이러닝과 코딩교육 등에 시사점이 있기를 바라며, 다음 글에서 개발자가 겪게 되는 네가지의 D와 그것을 견디게 해주는 하나의 D를 하나씩 이야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