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웃사이더들을 환영해야하는 이유

0
674

https://techcrunch.com/2016/08/13/edtech-is-the-next-fintech/

2016년 전망이니 좀 지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장하는 바가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요약하면 글로벌 경제의 불투명성(브렉시트, 미국대선 등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투자가들의 돈은 다른 산업분야보다는 핀테크에 집중되고 있지만 에듀테크분야도 알고 보면 엄청나게 큰 시장이고 오히려 글로벌 위기와 상관없이 더없이 안전한 투자처라는 이야기다. 2015년만 하더라도 에듀테크 전 영역에 걸친 투자금액이 우버(Uber) 한 회사에 투자된 금액만큼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에듀테크 투자는 이제 시작일뿐 앞으로 2022년이 되면 252 Billion USD(대략 270조원)까지 치솟을 거라고 전망을 하고 있다. 더없이 낙관적이다.

https://techcrunch.com/2017/09/22/forget-what-youve-been-told-about-edtech/

1년쯤 지나서 앞의 글을 비판하며 다른 누군가가 쓴 글이다. 252 Billion USD라니 사기치지 마라. 그 숫자는 지금 추세로 보면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근거가 있다하더라도 M&A까지 포함된 숫자라 순수 투자금액 총량으로 보기에는 턱없는 과장이다. 투자가들은 지금까지 들었던 에듀테크에 대한 망상을 잊고 교육의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에듀테크 투자를 다시 검토해야한다. 교육의 혁신은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배움의 과정,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주체들에 대한 변화를 주도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두 글의 관점은 에듀테크 투자 분야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입장에서는 일맥상통하면서도 앞의 글은 전망에 대해 무조건적인 낙관론을 펼치고 있고 뒤의 글은 완전하게 비판적이다. 에듀테크를 핀테크처럼 만만하게 보지말라는 뜻이다.

이쪽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오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교육적 관점에서 본 기술과 기술적 관점에서 본 교육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것이다. 전자는 교육의 문제를 도구적 관점에서의 기술을 활용하여 해결하려는 접근이라면 후자는 기술로 교육의 당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태도를 말한다. 최근 들어 만들어지고 있는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의 태도도 크게 보면 이 입장들로 나눠져 있는 것 같다. 기술은 도구일뿐 우선은 교육의 수월성을 위해 도구를 개발하는 방식의 입장이 있는 반면에 기술을 앞세워 교육의 혁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 따로 있는 듯하다.

고백하자면 그 동안의 개인적인 입장은 후자에 좀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두 입장에 대한 교육학적인 고민과 철학적 성찰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하면 뻥이고 그냥 내가 출발했던 엔지니어적인 배경과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향탓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야기의 결론을 고상한척하면서 이 둘은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적이라고 어중간한 결론을 내리자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이 두가지 입장은 비관과 낙관을 가르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교육의 보수적 입장은 늘 전자적 입장에서 출발한다. 교실에서의 교육방식은 실제 지난 100년간 전혀 변화가 없지만 면대면 방식의 강의의 효과성은 이러닝에 비해 여전히 압도적이다. 수험생들이 여전히 메가스터디, EBS 강의를 듣기보다 근처에 있는 비싼 학원에 가야하는 이유다. 이러닝 혹은 에듀테크는 교육적 관점에서 그저 보조재일 뿐이다. 큰 기대가 없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수월성을 강조하는 입장은 늘 타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을 도구적 관점에서 보는 것은 잘못된 입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기술이 교육을 압도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 후자의 입장에 가깝다. 예를 들어보자. TCP/IP의 태동은 교육과 아무런 관계없는 군사적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TCP/IP는 몇십년이 지나 웹을 낳았고 웹은 현재 Distance Learning 환경의 기초가 되었다. 스콤(SCORM) 표준은 미국 ADL(국방성 산하 연구기관)에서 비행기, 잠수함 등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종이 매뉴얼을 대신 디지털 문서를 관리하기위해 개발된 것이지만 오히려 군사분야보다 교육분야에서 더 큰 꽃을 피웠다. 지금의 MOOC를 낳은 비디오 전송기술, 미네르바에서 쓰고 있는 WebRTC, 소셜 네트워크의 개념 등등. 가끔은 환경이 의지에 앞서기도 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가 이 정도만은 아닐 것이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런 입장 차이를 길게 설명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어쩌면 이 둘의 입장차가 교육혁신에 대한 보수와 진보적 입장을 대변할 것 같다는 생각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교육분야에서 파괴적인 혁신은 후자적 입장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교육분야에서 오래 일을 했다는 것은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덕목이긴 하지만 그것이 혁신을 이끄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아닐 수 있다.

이게 에듀테크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이 교육이외의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이면서 최근 에듀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이 교육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가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하는 이유다. 난 그들이 무척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