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 손님은 얼마나 칼국수를 깨끗하게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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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닝에서 수료율은 아주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다. 과거에도 중요했고, 지금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핵심지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러닝 서비스의 지표를 볼 때 흔히 회원수, 수강신청수, 수료율, 이 3가지를 많이 보기 때문에 수료율은 3대 지표 중 하나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료율이란 무엇일까? 수료율이 왜 중요할까? 수료율이 없는 온라인 학습은 의미가 희석되는 것일까?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질문인데,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우선 아래 글을 읽기 전에 버클의 또 다른 글을 먼저 읽어보길 바란다.

앤드류 응의 ‘Welcome Back’은 몇 명이나 들었을까? : https://www.buzzclass.kr/archives/1878

지금까지 이러닝은 수요자 중심이 매우 강한 서비스였다. 이러닝에서 학습자 자발적으로 자신의 비용으로 순수하게 학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소위 돈되는 어학과 자격증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자기 돈 내고 배우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책 판매량을 보자, 자기 돈 내고 책 사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출판시장은 어렵지 않은 때가 없다.)

일반적으로는 자기 돈만 내지 않고, 나랏돈을 보전 받는 경우가 많다. 제도에 기반해서 비용 보전을 받는 형태로 성장해 온 것이다. 학점은행제도, 고용보험환급제도, 교원연수제도 등과 같이 어학과 자격증을 제외한 이러닝 서비스는 대부분 비용 보전을 받는 형태이다.

비용 보전 정책에 편승하여 서비스의 특성들이 정해진 곳들이 많기 때문에 수료증이 매우 중요했다. 비용 보전을 받기 위한 필수조건이 수료증이었으니까. 수료증 없으면 자기 돈으로 메워넣어야 하는 절대절명의 사명이 있기 때문에 수료증이 중요하고, 수료증 발급이 되는 수치까지의 수료율은 기본적으로 채워지기 마련이었다.

수료증을 받는 조건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 서비스 영역에서는 이를 마케팅의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료율을 올리는 데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방향이다. 회원수가 많아야 수강신청수가 올라가고, 수강신청수가 많아야 매출이 올라가고, 매출 중에서도 비용 보전을 받을 수 있도록 수료율이 높아야 신청자수가 다시 높아지기 때문에 수료율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비용 보전형 이러닝 서비스를 제외해 보자. 시장에 살아남은 이러한 서비스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실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겠지만, 상상해보자. 영어 학원 대신 온라인에서 수강하는 서비스를 예로 들어 상상해보자. 해당 학습자는 수료율을 높이는데 중점을 둘까, 아니면 실제 배우는 것에 중점을 둘까. 그렇다면 서비스 업체는 수료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까, 필요한 학습을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노력할까.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당연히 수료율에 중점을 둘 이유는 별로 없어보이지 않는가. 자기돈 내고 학습하는 사람에게 수료율이라고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알면 그만이고, 실질적인 학습성과가 높아지면 충분할테니까.

유튜브의 시대라고들 한다. 유튜브 세상을 이러닝 서비스와 매칭을 시켜보면 유튜브 1개의 콘텐츠는 차시라고 볼 수 있겠다. 유튜브의 재생목록을 과정(강좌)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자. 재생목록 전체를 노력해서 모두 보는 사람이 있을까? 재생목록 전체 중 몇 개를 보았는지 수치를 따질 필요가 있을까?

다시 이러닝 서비스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비용 보전을 위한 장치로의 수료증이 아니라면 굳이 수료율에 목매달 필요가 있을까? 콘텐츠의 내용과 학습성과로 평가받아야 하는 서비스라면 수료율이 지금과 같이 중요할까.

내가 칼국수집을 창업했다고 또 다른 가정을 해 보겠다. 내가 운영하는 칼국수집에 대한 지표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으로 봐야할까?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나는 객단가와 순환률을 볼 것 같다. 한 사람이 와서 얼마를 쓰고 가는지와 얼마나 자리가 계속 바뀌는지가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하게 볼 것 같다. 손님이 와서 칼국수를 얼마나 깨끗하게 비웠는지를 파악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칼국수집에서 손님이 칼국수를 얼마나 깨긋하게 먹었는지가 바로 수료율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 저 손님은 절반만 남기고 가셨네, 왜 남기셨을까, 다음에는 싹 비우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모든 손님이 많이 먹지 않고 남기고 간다면 그것은 맛과 위생 등의 요인을 통해 재점검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는 그릇의 깨끗함(수료의 정도)으로 가게 운영을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손님은 얼마나 칼국수를 깨끗하게 먹었을까?’가 중요한 지표가 아닌 것처럼 수료율은 그렇게 심오한 지표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수료율이 중요한 것은 비용 보전을 받는 수익모델로 인해 생기는 착시효과가 아닐까?

유튜브의 영상을 끝까지 보는 비율과 수료율은 또 다른 지표이다. 현재 이러닝 서비스는 영상의 재생시간을 지표로 삼는 곳은 별로 없다. 페이지 단위, 러닝타임의 합산 등을 수료율 산정의 지표로 삼기 때문에 단위 영상별로 재생시간은 체크하지 않는다. 유튜부의 시대에는 오히려 영상 단위의 완강비율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수료율은 섭섭해 할지도 모른다. 대우를 받다가 유튜브의 시대에는 홀대를 받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나.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면 우대조건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일테니까. 우리는 지금 칼국수 그릇을 얼마나 비웠는지를 볼 것인지, 객단가와 순환률을 볼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을지도 모르겠다. 말로만 유튜브의 시대라고 떠들지 말고 우리 이러닝 서비스의 지표와 컨셉을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