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만년필의 충격, 에듀테크는 안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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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년 전부터 만년필을 종종 사용하고 있다. 외부 교육기관과 미팅을 하면서 자문을 해주었는데, 라미 사파리 만년필을 답례품으로 받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잉크도 라미 제품으로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 전에는 만년필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기에 사각사각 필기의 느낌이 좋았고 무언가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만족하면서 살고 있었다.

갑자기 다른 만년필을 사용하고 싶어졌다. 느낌이 어떨까, 어떤 제품이 좋을까 검색을 하다가 중국산 만년필에 대한 커뮤니티의 글들을 보았다.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보다 좋은 칭찬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경험해 봐야지 하는 생각에, 망해봐야 얼마 안하니까라는 생각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괜찮은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의 만년필을 구입했다.

알리익스프레스답게 주문 후 1달이 걸려 받았다. 잉크를 넣고 처음 종이에 글을 써본 후에 이 글을 쓴다. 사각사각 펜촉의 느낌이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라? 아주 부드럽게 글씨가 흘러간다. 원래 내 글꼴이 날림꼴이라서 더 그런 느낌일 수는 있겠지만 펜촉과 종이 사이에 이질감 없이 그냥 글자가 흘러가는 느낌이다.

‘이 가격에 이런 제품이 나올 수 있나?’

내가 받은 중국산 만년필의 첫 느낌이다. 아주 비싸고 좋은 제품이라고 한다면 역시 돈값을 하는군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내가 구입한 제품의 가격만 놓고 보면 놀라움을 넘어서 두려움이 앞선다. 중국이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아찔하다. 중국이 한글을 사용하거나, 영어를 사용했다면, 아니 우리나라가 중국어를 사용했다면, 경쟁력을 갖지 못하겠다 싶을 정도의 충격이다.

가성비를 생각해 본다. 이것은 만년필과 같은 제품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산업에서도 가성비에 대한 고민을 안할 수 없다고 본다. 게임 산업은 우리가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이미 중국의 영향력과 품질에 뒤쳐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어떤가, 중국 광군절에 초당 얼마의 매출이 나오는지 계산하는 언론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이런 느낌에서 끝나면 버클이 아니지. 에듀테크 산업, 이러닝 산업에 빗대어 생각을 해보자. 과연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에듀테크는 이러닝은 안녕할 수 있을까? 지난주에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케이무크(K-MOOC) 관련 계획을 발표했다. 그 자료를 읽어보면서 느낀 단상을 곧 글로 적을 예정이다. 만년필을 받아 사용해 보고, 정부의 이러닝(무크) 계획을 보면서 걱정이 앞선다. 과연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교육은 문화이자 산업이다. 문화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만년필과 같은 제품과는 다른 특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제품을 만들어서 그냥 판매할 수 없기에 로컬의 특성이 있기 마련이다. 국가의 상황과 정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만년필과 비교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닝 콘텐츠가 국가 경계를 넘어서 성공하는 것이 많지 않은 것이다.

이러닝 경쟁력을 좌우하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플랫폼과 콘텐츠가 가장 큰 독립변수일 것이다. 플랫폼 경쟁력은 이미 뒤떨어지고 있을 수 있겠다. 플랫폼은 코딩으로 만들어지는데, vue.js와 같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있고 경쟁력 있는 프레임워크가 중국에서는 나오고 있다. 깃허브에 가보면 상당한 수준의 오픈소스들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세계인들이 사용하고 있다.

플랫폼의 로컬라이징만 제외하고, 제도적인 특징만 배제한다면 우리나라 플랫폼의 경쟁력, 특히 에듀테크의 경쟁력은 높지 않다고 생각된다. 틱톡과 같은 스낵 서비스들이 에듀테크의 스타일로 만들어지고 공유된다면 어마무시할 것 같지 않은가.

콘텐츠는 문화적인, 교육적인 장벽이 더 크기 때문에 약간은 더 안전하게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지만, 이것도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민간 이러닝 서비스는 자격증과 어학에 최적화되어 있고, 국가의 제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보았을 때 걱정스럽다. 아직도 클릭을 유도하기에 바쁘고, 학습자의 시간을 트래킹하고, 본인인증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료증을 위해 경쟁력을 감소시키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 셈이다.

걱정스럽고 두려워 이 글을 쓴다. 중국산 만년필 하나에 무슨 이런 호들갑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현재 나의 업이 이러닝, 에듀테크와 한발자국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어찌보면 내가 알바 아닐 수도 있는 이런 업계의 상황을 만년필 하나에 걱정한다니 참 우습기도 하다. 그래서 얼마짜리 만년필에 이렇게 호들갑을 떠나 싶을 것이다.

내가 구입한 가격은 3,154원이고, 무려 무료 배송이다. 제품의 링크는 밝히지 않겠다. 제품홍보를 위한 글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