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vas, 지나친 기대에 대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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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부분의 온라인 학습 관리시스템을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로 불렀다. 학습(Learning)을 관리(Manage)하겠다는 의지다. 당연히 관리의 주체는 관리자 혹은 교수자이므로 LMS는 학습자를 위한 시스템이라기 보다는 관리자 혹은 교수자를 위한 시스템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LMS에 있어 관리자의 업무 효율성은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되었고 모든 것의 가치 기준이었다.

초기 LMS 시스템은 오프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업 방식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치환한 것이었다. 그리고 학습에 대한 관리의 효율성에만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학습 효과성은 큰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세월이 흘렀고 세상이 조금씩 변화해감에 따라 반동이 일어난다. 이러닝의 학습효과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시작된 것이다. 학습자의 수월성에 대한 관심은 때늦은감은 있지만 기존 시스템에 대한 반성적 차원에서 다양한 기능이 도출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이때 LMS라는 표현이 VLE(Virtual Learning Environment)라는 개념으로 조금씩 전환되게 된다. 거의 20년전쯤 탄생된 무들 단어의 끝에 있는 LE(Learning Environment)는 그래서 붙여진 스펠링이다. 사회적 구성주의를 통해 학습 효과성을 연구했던 마틴 두기아마스는 자신이 관리하던 LMS였던 WebCT 대신 자신이 직접 새로운 LMS를 만들어 그 이름 끝에 LMS대신 LE를 붙인 것이다.

최근 다수의 대학에서 LMS를 차세대라는 이름을 붙여 새로운 시스템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이전과는 달리 시스템 관리의 효율성을 어떻게 더 높일 것인지에서 학습자의 수월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로 고민의 방향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학습활동이 추가될 수 있는 좀 더 유연한 시스템을 원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 그동안 신성시되어 왔던 관리의 효율성이 침해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관리의 효율성과 학습자의 수월성은 정확히 반대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스템의 성능과 보안 이슈와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수월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학습내용에 맞는 다양한 교수설계방식의 적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여러 학습 도구와 콘텐츠가 교수법의 의도에 맞게 배치되고 결합되어야 한다. 이 경우 당연하게도 평가방식이 기존 보다 훨씬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기존 출석률, 과제, 평가 정도로 평가되는 방식에서 학습활동과 콘텐츠의 다양한 변이를 고려한 복잡한 가중치와 변수 등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관리의 난이도는 훨씬 높아진다. 이런 모든 상황이 관리자에 의해 일괄적으로 관리 통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훨씬 많은 리소스가 투입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관리의 효율성에 대한 어느 정도의 희생이 따를 경우에 한해서 수월성이 확보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은 관리의 효율성과 학습의 수월성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아니라 둘의 균형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점은 사업과 영업적 논리에 의해 애써 무시되거나 가볍게 논의되는 수준으로 갈무리되는데 결과적으로 LMS 사업이 최초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게 되는 대개의 경우는 이 둘의 균형에 대해 처음부터 합의를 보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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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지역 고등교육의 LMS 시장에 대한 이야기다. 블랙보드와 무들의 2파전에서 소외되어 있던 캔버스(Canvas)의 갑작스런 도약은 최근 LMS에 경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하지만 블랙보드가 예전에 인수했던 엔젤러닝(Angel Learning)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더이상 하지 않게 되면서 그 공백을 캔버스가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은 잘 언급되지 않는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블랙보드로 전환하기 위한 비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미주지역에 제한되어 발생되고 있는 특이한 경우로 미국외 시장에서의 캔버스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것만봐도 엔젤러닝의 영향권 안에 있던 미국 시장에 제한된 이야기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구 건너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캔버스 열풍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 솔루션이 우리가 가진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한꺼번 해결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게 한 것 같아 보인다. 현상을 지나치게 비약해서 해석한 것일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진 문제의 원인을 오독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위험한 생각이기도 하다.

캔버스는 기존 LMS의 복잡성을 기능과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단순화하는데 성공했지만 이는 학습자와 교수자측면으로만 시스템을 바라본 판단일뿐 관리적인 측면은 크게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캔버스가  LMS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기 보다는 학습자와 교수자측면의 기능을 다른 경쟁 솔루션에 비해 강화한 것이라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설명이다. 게다가 한국에 캔버스를 적용할 경우 발생될 수 있는 다양한 관리적 요소의 불편함과 기능 누락에 따른 커스터마이징 이슈와 한국에만 적용되어 있는 각종 시스템과의 인터페이스는 덤으로 풀어야할 부담이라는 것은 늘 간과되고 있다.

시스템에 대한 일방적인 메시아적 기대감이 위험한 이유는 지나칠 경우 생태계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솔루션을 선택하는데 있어 기능성은 최소한의 기준이어야 한다. 그보다는 사업의 전략과 방향에 맞는 시스템의 관리적 효율성과 수월성간의 균형이 훨씬 중요한 요소이다. 결국 시스템의 좋고 나쁨은 새로운 시스템의 기능적 차이에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활용하고자 하는 교육 환경과 생태계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시스템은 전략에 의해 배치되는 것이지 전략을 결정하는 전지전능한 무언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스스로 이 시스템을 받아들일 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