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Show Asia 방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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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쇼(BettShow)가 뭐길래?

교육업계에 있는 분들치고 벳쇼(BettShow)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듯 하다. 아시다시피 벳쇼는 BettShow는 “British Educational Training and Technology Show”의 약자다. 영국 교육훈련기술 박람회라는 뜻이다. 우리도 매년 이러닝박람회를 하고 있고 옆나라 일본도 교육IT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박람회를 열고 있다. 근데 하필이면 다른 나라도 아니고 영국의 교육행사에 매년 관심을 가지고 굳이 여기서 세계적 트렌드와 교육 시장의 전망을 확인하는 이유는 뭘까?

영국의 에듀테크 시장은 2015년 기준 175억파운드(약 30조원)에서 2020년까지 300억파운드(약 50조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유럽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에듀테크 회사 20개 중 10개가 영국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출처 : https://www.mk.co.kr/news/it/view/2018/10/616737

이렇다보니 영국에 쏠리는 관심이 이유가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영국을 포함 서유럽 전체를 다합쳐도 시장의 크기는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규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박람회에 이렇게 많은 기업들과 관계자들이 쏠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번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교육시장에서 롱테일 시장의 영향력 확대

주지하다시피 에듀테크의 공룡들은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다. 언젠부터인가 교육업계의 거대 양대 산맥이 된 Google과 MS 그리고 Blackboard를 위시한 대부분의 상용 LMS를 보유한 기업들 또한 미국 기업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교육시장을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교육박람회의 위세는 해가 갈수록 그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BettShow의 영향력은 날로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기업들 조차 자국내 전시회보다는 BettShow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글로벌 교육시장에서의 롱테일 시장의 영향력 확대와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플랫폼에서 언번들링 서비스로

교육시장에서의 롱테일 시장의 확대는 언번들링으로 대변되고 있는 “이러닝에서 에듀테크로의 진화”로 설명될 수 있는데 이는 전반적인 교육시장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이러닝 시장은 LMS와 같은 거대 플랫폼 시장으로 규정되었던 적이 있다. LMS의 시장규모가 곧 이러닝 전체 시장의 규모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LMS가 교육시장에서 플랫폼 역할을 하게되면서 대부분의 솔루션과 콘텐츠가 LMS의 플러그인 방식 혹은 적어도 호환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만 하더라도 LMS에 있는 기능만으로도 모든 것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역설적이게도 한때 미국의 최대 교육전시회 기관중에 하나였던 에듀코즈(Educause)가 예견했듯이 교육시장은 이미 언번들링시장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들은 이 개념을 NGDLE(Next Generation Digital Learning Environment)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가 자신들의 입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까지는 예상을 하지 못했던 듯하다.)

https://www.buzzclass.kr/archives/220

미국과 유럽 시장의 차별화

하지만 미주지역은 여전히 이러한 LMS 중심의 시장의 틀안에서 머물고 있는 반면에 유럽은 다양한 에듀테크 기업들의 성장에 힘입어 언번들링시장으로 빠르게 시장을 개편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급부상하고 있는 구글 클래스룸과 캔버스(Canvas)의 영향력이 미주지역을 제외하면 극히 미미하다는 것만으로도 시장상황이 유럽과 다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https://www.buzzclass.kr/archives/216

https://www.buzzclass.kr/archives/218

유럽쪽 교육 분야에서 이러한 전기가 마련된 이유가 늘푸른님의 의견 처럼 “2010년 Becta 해체”와 관련되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 줄어듦에 따라 학교와 교사의 자치권이 늘어난 것과는 분명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말하면 공교육 기능의 강화로 교육체계를 개선하고자하는 우리가 유럽과 달리 같은 다양한 에듀테크 기업의 출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를 반증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중심의 합종세력 vs. 유럽중심의 연횡세력

우리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가 미주지역의 거대 기업중심 시장의 “합종” 세력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는 언번들링 시장, “연횡”세력간의 대립으로 읽히는 이유이며 BettShow가 이런 “연횡” 세력을 견인하며 새로운 시장의 출현을 지지하고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과 MS 그리고 애플 또한 이러한 교육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기술들을 선보이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작은 기업들과의 “합종”을 도모하고 있으나 BettShow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기업들의 솔루션 면면을 살펴보면 그러한 시도에 대해 별 관심이 없거나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K12시장의 성장으로 인한 새로운 시장의 출현

이들 작은 에듀테크 기업들의 자신감의 근거는 뚜렷한 “K12의 시장의 성장세”이다. 교실과 교사, 교과서 중심의 20세기 교육환경과 크게 다를바가 없었던 21세기 공교육 체계에 대한 반성적 담론이 비로소 유럽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담론의 형성은 지역과 무관하게 글로벌 전체에서 이뤄져왔지만 정부가 직접 주도를 하느냐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느냐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시장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한국 시장

나이스(NEIS)체계에서 그 흔한 학사관리(SIS, EMIS) 조차 서비스를 하고 있는 기업이 국내에 존재하고 있지 않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에서 클래스팅 서비스가 학교가 아닌 선생님들을 통해 조용히 전파되고 있는 것은 한쪽이 억눌리고 있는 상황에서 생긴 기묘한 풍선효과일뿐 그 자체로 의미있는 성과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렇다고 클래스팅 서비스의 성과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K12 시장을 공교육의 영역에서 정부가 폐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영역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교육 시장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것은 경제적 관점뿐만 아니라 교육의 형평성과 수월성 관점에서 판단할 문제라 여전히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우리가 세계적 트렌드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핀란드의 교육환경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전에 한번 다룬바가 있다.

https://www.buzzclass.kr/archives/1139

학교의 자율권과 더 나아가서 교사의 자율권에 대해서 굳이 다시 언급하지 않더라도 BettShow가 유럽의 공교육 환경의 변화를 통해 성장한 기업들의 성공사례들이 모인 곳이라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BettShow는 에듀테크 기업들의 베이스캠프

BettShow는 이러한 작은 규모의 에듀테크 기업들이 거대 기업의 플랫폼과 관계없이 자신들만의 학사관리, 교실수업관리, 콘텐츠 서비스 등을 독자적인 솔루션으로 선을 보이고 있는 거대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있다. 코딩교육과 메이커교육 등은 이러한 언번들링 시장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격이다. LMS와 관계없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도구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이유다.

BettShow Asia의 영국 BettShow와의 차이점과 공통점

BettShow Asia는 이러한 BettShow의 영향력내에 존재하는 아시아의 작은 교육 박람회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아시아권에서는 말레이지아와 UAE 두군데에서 이 행사가 매년 진행되고 있는데 두 국가 모두 과거 영국의 영향력내에 있었던 국가라 다른 아시아 지역과는 약간 구분되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말레이지아의 경우는 지금까지도 많은 영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지역으로 영국과 유럽에 매우 친화적인 아시아지역이다. BettShow Asia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업이 미국/유럽의 기업이거나 아니면 유럽의 지역분사 혹은 인도에서 참여한 것만 보더라도 이러한 지역적 차별성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규모로는 전체 참여기업이 48개 정도로 영국의 BettShow와 비교했을때 1/20에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Flog Classroom과 같이 말레이지아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 지역업체들이 참여를 하지 않았다 것은 BettShow Asia가 지역 전체의 대표성을 갖는 전시회라기 보다는 영국/미국/인도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선전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면에서는 BettShow Asia가 갖는 정체성은 앞서 이야기했던 영국의 BettShow와는 뚜렷하게 구분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ettShow Asia에 참여한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LMS보다는 오히려 학사관리(SIS, EMIS), 교실수업관리(Classroom Management System) 혹은 Teaching Material 서비스 업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BettShow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었다.

BettShow Asia에서 눈에 띄는 참여 업체들

예를 들어 CALMS(https://www.calms.com.my/education)의 경우 말레이지아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완성도 높은 학교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컴퓨터 화면대신 키오스크와 같은 기기들이 전시되어 있어 전시장 입구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의 사업의 지향점은 모든 학교관리를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자동화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어디선가 봐왔던 기술들을 단순히 학교라는 영역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한 것으로 보여 IT적으로는 새로울 것이 없음에도 학교관리를 관리하는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제법 솔깃할 수 있는 기능들은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영국 BettShow에서도 Innovator of the Year로 선정된 트윙클(Twinkl.co.uk)이 선보인 수업자료(Teaching Material) 서비스와 읽기 수업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Boolino(https://www.boolino.com) 그리고 로봇을 활용한 코딩교육 솔루션인 Robotical(https://robotical.io) 등은 현지 업체는 아니었지만 제법 눈에 띄는 업체였다.

생뚱맞은 이야기지만 작년에 이어 BettShow에 대해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BettShow는 커녕 태어나서 한번도 영국이라는 나라에 가본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이 행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겸연쩍은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프리미어 리그를 직관해야만 프리미어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멀찌감치서 들려오는 풍문으로도 약간은 아는체를 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알은척 하기 위해 BettShow Asia 참관을 다녀온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BettShow Asia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자 했던 것은 동남아 시장의 성장가능성과 성장의 속도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가 아직도 할일이 남아있는지를 가늠해보고자 한 것이다.

이번 영국 BettShow를 직접 다녀온 지인들이 이야기해준 느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좌절감”이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이러닝 기술과 시장을 가졌다고 자부했던 시절이 옛시절의 이야기임을 절감한 것이다. 그분들이 더욱 더 절망스럽게 느꼈던 것은 그 이유가 우리의 기술과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서있는 토대가 우리의 진화를 지금까지도 가로막고 있다는 현실을 실감해서 일것이다. BettShow Asia에서 느꼈던 바는 여기에 더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좌절하고 있기보다 바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봐야할 이유는 차고 넘치고 있다. 다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울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