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관점에서 본 에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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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을 생물체와 비유할 수 있다면 하드웨어는 몸의 근간인 뼈대, 소프트웨어는 우리의 외관을 이루고 있는 근육이나 피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터는 혈액과 같다. 몸속의 장기들이 영양소와 호르몬을 혈액을 통해 공급받는 것처럼 데이터는 시스템간을 유영하면서 어딘가에는 저장되고 어딘가에는 그 형태가 변형되어 새로운 형태로 다른 시스템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 흐름이기도 하고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터의 본질은 전달과 저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은 전달 기술과 저장 기술로 구분될 수 있다. 에듀테크에서 다루고 있는 표준 중 xAPI, Open Badge 등은 데이터의 유형을 정의한다는 의미에서 저장 기술에 가깝고 LTI와 같은 인터페이스를 다루는 표준은 전달 기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 나오고 있는 에듀테크 분야의 새로운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학습분석, 추천서비스, 챗봇 등 인공지능과 관련된 대부분의 기술들은 저장과 전달에 더해 분석과 해석이라는 관점을 더 한 것으로 데이터에 본격적으로 ‘의미’라는 생명력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데이터는 단순한 테이블 방식으로 조회(Query)되거나 약간의 분석기법을 통해 미약하게 나마 의미를 전달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기계가 아닌 사람이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역할을 맡았던데 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게 될 경우 기계가 직접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까지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전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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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LMS는 이미 학습자에 대한 몇 주간의 학습태도를 관찰한 후 그 데이터를 분석하여 향후 이 학생이 제적될 가능성이 높은 학생인지 아닌지를 예측하고 사전에 이 학생에 대한 관리가 필요함을 관리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의 가능성은 이미 대중을 통해서도 확인되었고 알리바바의 마윈회장 같은 사람들도 DT(Data Technology)가 IT(Information Technology)에 이어 새로운 미래 산업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가 있다.

그런측면에서 에듀테크 분야에서도 이미 DT를 활용한 많은 연구와 산업적 성과들이 나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학습분석(Learning Analytics) 분야다. 학습분석은 이미 기존 LMS 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미국의 뉴튼(Knewton)이나 한국의 노리(KnowRe) 같이 아예 학습분석을 기반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추천 서비스, 챗봇 등의 기술을 활용한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새로운 교육서비스가 조만간 등장할 날도 머지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할 것은 DT는 결국 데이터를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파고가 수많은 기보에 대한 학습과 훈련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이는 인공지능이 아무 토대없이 우리에게 엄청난 무언가를 제공할리가 없다는 말이다. 결국 데이터가 제대로 쌓여 있다는 것을 전제로 DT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다음 세대 에듀테크로 진화하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거쳐야하는 과정은 그래서 다소 부끄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기존에 우리가 쌓아왔던 데이터를 다루고 있던 방식에 대한 반성이 전제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측면에서 현재 우리가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데이터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노동부에서는 고용보험을 활용해서 교육받은 재직자들에게 수강료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온라인 과정과 오프라인 과정을 운영하는 기관들이 이 제도를 활용해서 기업들에서 일하고 있는 재직자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이 제도에서 환급을 받기 위한 조건은 비교적 단순한데 지정된 출석률 혹은 수강률 이상으로 수강을 하면 된다. 온라인에서는 이를 위해 LMS에 수강률을 관리하기 위한 기능을 의무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학습자의 학습이력을 기록하고 그에 따른 수강률을 자동으로 계산하기 위한 것이다.

이 데이터는 일단 저장이 된후 엄격하게 제도적으로 관리되게 되어 있다. 기업들의 부정수급을 막기위한 최소한의 검증 장치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럼 실제 이 데이터가 학습자의 실제 학습효과성을 검증하는 데이터로도 의미가 있을까? 학습이 학습자의 학습내용에 대한 기억 혹은 습득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대충 생각해도 이 수강률 데이터는 학습효과성을 검증할 수 있는 최소 근거가 될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제도에서 학습효과성의 근거로 삼고 있는 데이터와 실제 효과성과의 유리(遊離)는 우리가 데이터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제도는 실질적인 학습효과성보다는 학습자들의 형식적 참여여부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예이다.

지난 20년간 수많은 콘텐츠가 양산되어왔다. 그 범주에는 일반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영상, 플래시 등 다양한 콘텐츠도 있지만 퀴즈, 설문 등에서 활용되어 왔던 다양한 문제(Question)방식의 콘텐츠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슬라이드, 문서, 이미지 등 파일의 형식까지 더하면 엄청난 데이터가 우리 사회에서 양산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아래는 최근 변경된 KERIS에서 운영하고 있는 원격교육연수 연수과정(콘텐츠) 내용심사 기준이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우리가 만들어왔던 콘텐츠의 행방을 대략 예측할 수 있다. 여기에 보면 대부분의 심사대상 콘텐츠는 3년간만 유효하다. 3년이 지난 콘텐츠는 자동으로 용도 폐기가 되는 것이다. 원격교육연수 콘텐츠뿐만 아니라 앞서 이야기된 고용보험환급과정이나 사이버대학에서 사용되고 있는 콘텐츠도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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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런 연유로 3년전에 만들어진 콘텐츠는 어딘가에는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전환된다. 폐기되어 있거나 어딘가 보관되어 있지만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로 저장된다는 뜻이다. 그동안 누구도 이런 유령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기울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콘텐츠의 아카이빙에 대한 관심을 전혀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콘텐츠 형식의 데이터는 아카이빙되는 것보다 휘발되는 것이 상품의 가치를 지키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자 만들어진 제도의 취지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다만 많은 비용과 자원이 들어간 콘텐츠들임에도 제도권에서는 이런 콘텐츠의 아카이빙과 재활용에 대해서는 어떤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 사례 외에도 데이터의 유통과 관련된 API, LTI 등에 대한 산업적 이슈가 국내에는 거의 없다는 부분과 xAPI와 같은 학습활동 데이터에 대한 아카이빙에 대해 산업계에서 별 관심이 없다는 부분 등도 짚고 넘어가야하는 부분이다.

안타깝지만 이들 사례는 우리가 데이터를 그동안 어떻게 다루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정리를 해보면 우리가 쌓고 있었던 데이터는 정작 학습분석과는 거리가 멀었고 실제 아카이빙되어야 했던 데이터는 용도폐기되어 더이상 관리되고 있지 않은 상태이며 데이터의 유통과 학습활동을 위한 데이터 축적은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학습분석과 인공지능을 논하기전에 우리가 먼저 해결해야할 일들이 많다는 뜻이다.

늘 그랬지만 정답은 없다. 다만 우리가 에듀테크 안에서 DT를 논하기전에 우리의 데이터적 토대가 어떤 상태라는 것을 우선 직시하는데서 출발해야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야 정말 우리가 어디로 가야하는 지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말대로 “이성으로는 비관하지만 의지로 낙관해보자”는 취지다. 만약 이글이 다음글로 이어진다면 낙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야할 것 같다.

커밍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