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Burning)의 열린결말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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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가족과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란 영화를 보게되었다. 그동안 마블류의 영화에 익숙해진 탓인지 이런 작가주의 영화의 문법은 꽤 낯설었다. 이 영화는 흔히 이야기되는 ‘열린결말’로 마무리가 된다. 그러다보니 영화 엔딩타이틀이 올라갈때쯤 관객들 사이에서 탄성이라기 보다는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다들 기존 영화에서 주로 봐왔던 반전이나 짜릿한 결말을 기대했음에도 뚜렷한 결론없이 영화가 마무리었기 때문이다.

버닝은 최근 보았던 꽉찬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무장된 어벤져스와는 완전히 반대지점에 있는 영화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세련된 이야기 구성도 없다. 다만 영화의 끝이 어딘지 전혀 알려주지 않은 채 관객의 시선을 영화 끝까지 고정시키는 힘이 있을 뿐이다. 이 영화를 보는내내 주술에 걸린듯 이야기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를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뚜렷한 결론없이 엔딩타이틀이 올라올 때 고구마 백개를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이런 열린 결말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말대로 가수가 노래를 부르다말고 부르기 어려운 소절에서 마이크를 관객에게 넘기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비평가들의 시선은 그리 단순하지 않은 듯 하다. 일단 호평 일색인데다가 결말의 모호함에 오히려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비평가들의 권위와 관계없이 그들의 입장이 늘 옳다고는 보지 않지만 그들은 일반 관객들이 미처 찾거나 보지 못하는 영화의 다른 지점을 전문가적 입장에서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들의 비평을 어느 정도 신뢰를 하는 편이다. 그들이 이런 열린결말의 작가주의적 작품에 대해 선호하는 것은 오히려 해석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시선을 에듀테크로 돌려보자. 우리 산업계에서도 열린결말 구조와 깔끔한 엔딩에 대한 각각의 호불호가 존재하는 듯하다. 우리 정부에서 교육서비스를 기획할때의 입장은 깔끔한 엔딩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듯 보인다. 자체적인 완결성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이 같은 접근은 때로 매우 유용하다. 빠른 성과가 나올 수 있고 매우 분명한 성과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초기 대부분의 전자정부 서비스가 이런 방식으로 기획된 이유이기도 하다. 대신 이런 방식의 한계는 변화에 무척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 사이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은 지속적으로 진화되었고 국민들의 기대수준도 그에 맞춰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좀처럼 대국민 서비스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초기 인터넷 환경에서 유용했던 엑티브엑스 기술과 공인인증서에 우리가 짜증을 내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오랜 기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입장은 변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http://www.oecd.org/gov/open-government.htm

OECD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Open Government와 같은 개념은 단순히 Public Sector의 데이터 공유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공유된 데이터를 통해 민간영역의 참여를 도모하는 것이 좀 더 근본적인 목적이다. Open Government는 참여형 민주주의의 또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의 IT정책이 아쉬운 부분은 이러한 시대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너무 많은 일을 독자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유불급의 상황이다. 모자라면 채우면 되는데 의지가 넘쳐서 생기는 문제는 치유가 쉽지 않다.

http://Data.gov

https://www.open.go.kr

이 사이트는 미국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를 API를 통해 서비스하는 사이트다. 물론 우리에게도 비슷한 개념의 사이트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둘의 근본적인 차이는 접근 방식이다.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이 사이트를 통해서만 확인 가능한 반면 미국 정부의 사이트는 3rd Party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https://www.usa.gov/mobile-apps

이 둘의 차이가 커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사이트는 새로운 데이터 생태계를 생성하고 육성하는 방식인 반면 우리 정부의 사이트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두 서비스 차이의 무게감은 실로 작지 않다. 이런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회피를 하는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다. 이런 체계안에서 새로운 IT의 생태계의 생성과 유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 개발에 참여한 대기업 SI만 해피한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다.

정부가 IT 서비스를 하는데 있어서도 국민들의 칭찬을 받는 길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좀 게을러 보일지라도 민간의 참여가 가능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버닝과 같은 영화가 칭찬받는 건 꼼꼼한 미장센이 아니라 오히려 의도된 느슨함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