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통해 보는 에듀테크 – 가벼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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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사용시간 구글 1위…카카오·네이버는 ‘뒷걸음질’

유튜브 천하가 온다…韓 닷컴들에 ‘빨간불’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라 할 만하다. 유튜브의 이러한 득세는 거시적인 IT의 흐름에서 봤을때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라인 등의 관계중심적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으로 대변되는 콘텐츠 중심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무게중심이 이동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콘텐츠 제작이라는 일이 전문화된 몇몇 기업과 사람들의 영역에서 일반인의 영역으로 그 범위가 확대 혹은 분화되고 있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콘텐츠 제작은 방송국, 미디어 회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고 콘텐츠의 전달도 방송, 혹은 극장과 같은 제한된 공간과 방식에만 의존해 왔었지만 지금과 같은 유튜브의 시대에서는 더이상  고가의 장비와 전문화된 인력들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마트폰 혹은 간단한 촬영장비만으로도 충분히 콘텐츠를 만들고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년 수익 10억.. 수백반 구독자 ‘유튜버의 세계’

이 기사에 나오는 대부분의 상위 유튜버들은 이미 억대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고 대부분 전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영국남자’와 같은 일부 콘텐츠는 케이블 방송으로도 이미 진출한 바가 있고 ‘마리텔’과 같은 방송 프로그램은 유튜브 방식을 아예 차용하여 제작되기도 했다.

멀리갈 것도 없이 에듀테크 분야에서도 이미 유튜브를 활용한 파괴적인(Disruptive) 전략이 성공한 사례가 있다. 바로 ‘칸아카데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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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계에서 일하고 있던 살만칸은 수학을 배우는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부끄럼이 많았던 사촌 여동생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유튜브 영상을 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만든 경험이 없었던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손으로 문제를 푸는 내용을 그대로 화면으로 녹화를 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사촌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알게 모르게 이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지켜보고 있던 다른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의 칸아카데미는 이런 사소함으로 비롯된 것이다.

한때 한국의 교육계에서 회자되었던 동영상 콘텐츠의 무용론은 교육공학적 관점의 교수설계의 부재 혹은 부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때문에 동영상은 지금까지도 성의없는 콘텐츠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해되고 있다. 다행히 무크(MOOC)라는 새로운 방식의 교육서비스로 인해 동영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제도권 내에서 받아들여지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콘텐츠의 형식이 내용을 담보한다는 의미에서 형식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고 규정하는 상황에서 흔히 일어나는 가치전도현상은 현재 콘텐츠 시장의 상상력 부재, 다양성 부재 등을 낳고 있는 주요 원인이다.

최근 영어공부를 위해 보기 시작한 유튜브 채널을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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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channel/UCGDA1e6qQSAH0R9hoip9VrA

구독자가 아직은 20만밖에 안되는(?) 아직은 영세한 콘텐츠 제공자이지만 이 강사의 영어 강의는 지금까지 본 어떤 영어강의보다 탁월하다. 이 강의의 가장 탁월한 지점은 우선 한글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많이 쓰이는 대화를 영어로 표현할 때 유의해야할 것들을 문법과 어휘를 통해 매우 섬세하게 한국어와 비교해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어서 영어가 필요한 분들은 기억해두셨다 한번 보길 바란다.

하지만 내용도 내용이지만 콘텐츠의 형식 면에서 좀 더 눈여겨 봐야하는 부분이 있다. 학습자의 참여(Engagement) 유도 방식이다. 상식적으로 봤을때 영상은 상호작용을 일으키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 형식을 갖고 있다. (물론 최근 Interactive Video와 같은 형식도 시도되고 있지만 유튜브라는 틀에서 유효한 형식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튼을 누르거나 키보드로 답변을 할 수 없는 유튜브에서 어떻게 이런 참여가 가능한지 얼핏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강의를 보면 금방 알수 있는데 강사가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은 꽤 단순하다. 강의 중간중간 자신의 화면을 멈추고 화면을 블러(Blur)처리를 한 후 강의를 보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따라하기를 유도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 방식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사의 강의력과 결합되어 매우 큰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이 강의의 댓글을 보면 알겠지만 돈을 주고봐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이 강의는 내용과 형식면에서 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결국은 내용이 담보되면 케케묵은 방식이라도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교육공학에서 강조해왔던 상호작용의 방식이 제도권내에서 마우스 클릭과 키보드 입력이라는 방식에 집착하고 있는 동안 유튜브는 이미 다른 방식의 상호작용을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실현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두가지 방식의 차이나 우열이 아니다.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제도권이 놓치고 있었던 무언가가 있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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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례를 들면 ‘국범근’으로 대변되는 신세대 콘텐츠 제작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국범근’은 여러가지 면에서 탁월한 유튜버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몇년전 이 친구가 10대일 때 다양한 사회 이슈를 몇 분정도의 콘텐츠로 정리를 하는 것을 처음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인상 깊었던 것은 그가 전달하려는 내용 자체가 아니라 메시징 기법이었다. 편집을 통한 빠른 내용 전달과 화면 중간중간 적절한 키워드를 활용함으로써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군더더기 없이 전달되는 것을 보고 우리가 알고 있던 내용전달(교육) 방식이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일종의 파괴가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했다. 알게모르게 우리주변에 이런 특별한 자질을 가진 메신저(Messenger)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 메신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 콘텐츠는 대개 내용전문가(Subject Matter Experts)를 통해 직접 전달되는 방식을 취했지만 우리가 유튜브에서 목격하고 있는 콘텐츠는 전문가대신 메신저가 등장하고 있다. 내용전문가와 학습자의 사이에 내용을 전달만 하는 새로운 역할이 등장한 것이다. ‘국범근’은 소위 말하는 전문가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 젊은 사람임에도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매우 강력하고 설득력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가벼움은 메신저로의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물이다.

내용전문가가 만드는 콘텐츠는 대부분 권위적이기도 하고 무겁고 재미가 없다. 이것은 내용전문가의 능력탓이라기 보다는 그들이 현재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에 익숙하기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내용을 알고 있는 것과 전달하는 것은 각기 다른 능력이고 이 둘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함에도 우리는 이 둘을 하나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두가지 자질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특이한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오히려 예외적이라고 봐야한다.

60 YouTube channels that will make you smarter

이 링크를 따라가보면 현재 유튜브 콘텐츠가 어느정도 품질인지를 대략 알수 있다. 이 콘텐츠들은 이미 왠만한 방송콘텐츠의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 모든 콘텐츠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콘텐츠를 제작하는데는 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건 금방 알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고 내용도 꽤 유익하다. 그런 만큼 많은 유저들이 이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소비하고 있고 그에 따라 이들은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K-MOOC에 있는 콘텐츠도 꽤 많은 비용을 들여 제작되고 있는 중이다. 화려한 CG와 스튜디오 촬영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내용도 꽤 충실하다. 하지만 K-MOOC의 콘텐츠가 스스로 생태계를 유지할 만큼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데는 어려움이 있는 이유는 그들이 고집하고 있는 콘텐츠의 형식때문이다.

콘텐츠 포맷에 대한 형식적 논리에 여전히 제한을 받고 있음에 따라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는 공간은 없고 내용전문가가 직접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무겁고 재미가 없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하드코어 유튜브 콘텐츠와 K-MOOC 콘텐츠의 차이는 극명하다. 바로 메신저의 존재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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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에서 유튜브 영상콘텐츠는 일반화된 대중의 기호를 예술과 접목한 일종의 팝아트(Pop-Art)에 가깝다. 텍스트보다 영상에 훨씬 익숙한 세대에 맞는 새로운 방식의 교육 문화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의 특성은 그래서 가벼움(Casual)으로 요약된다. 이것은 특정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길이, 전달방식 등 메시징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유튜브가 만들어내고 있는 생태계가 한국 에듀테크에 던지고 있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콘텐츠에 대한 지나친 엄숙주의는 현대 학습자에게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