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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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작년에 재수를 했고 학원 때문에 우리집에 머무른 적이 있었다. 조카가 다닌 학원은 독서실형 학원이었는데, 학원은 출석을 관리하고 모의고사등 입시를 위한 큰 일정들을 주로 관리한다고 했다. 수업은 그 학원의 본사에 소속된 강사들의 강의를 패드로 학습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 오래전이긴 하지만 입시종합반에서 재수를 했다. 대학원 합격생 발표가 나면 입시학원에 유명대의 합격생 명단이 담긴 플랭카드가 붙었고, 강사진의 얼굴과 경력이 실린 팜플렛이 고등학교에 뿌려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26년만에 입시학원은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예전의 학원이 학생들이 좋은 학원을 선택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어떤 강사진을 보유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이 얼마든지 강사를 골라서 자기만의 강사진을 꾸릴 수 있다. 물론 좋은 학원이나 좋은 강사에 대한 판단은 마케팅이나 소문 등의 다양한 요인에 따른 것이긴 해도 말이다.

우리가 흔히 ‘인강’이라고 하는 시스템이 바꿔놓은 입시학원의 변화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것은 단지 입시학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일이 콕 찍을 수는 없지만 이러닝은 이미 곳곳에 녹아있다. 시공간의 초월, 사용자 선택의 강의 구성, 그리고 디바이스를 포함한 학습환경의 변화는 이러닝이 가져온 많은 변화이다.

‘인강’이라는 동영상 중심의 온라인 서비스는 매우 단순한 구조의 시스템이다. 동영상의 리스트가 제시하고 사용자가 선택하여 비디오 플레이어를 통해 콘텐츠를 소화한다. 동영상을 다 보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보았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학습관리의 핵심이고, 나머지 기능은  시스템적 관점에서는 소소한 양념에 불과하다.

비디오의 내용이 교육적이냐를 제외하면 주문형 비디오 시스템과 다르지 않은 이러한 서비스를 교육서비스라 부르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위해 구축된 시스템이 이러닝 시스템이냐고 묻는다면 의견이 분분할 수도 있다. 너무 단순해서? 아니면 교육공학적 요소가 결합되지 않아서? 그도 아니면 주변적 도구에 대한 개념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에듀테크 또는 이러닝의 최신 트랜드를 수용하지 못해서?

외국의 다양한 이러닝 서비스가 물밀듯이 소개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불안해하는 많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스템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가 시스템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좋은 이러닝 시스템은 더하고 빼기가 없는 서비스에 필요한 딱 그만큼의 시스템이다.  불안해 하지 마시라.  무엇이 필요한가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이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가이다.

운영자, 시스템 공급자, 컨설턴트의 가장 큰 실수는 이러닝시스템의 정답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조카에게 학습을 위해 분명 더 좋은 시스템이 필요할 거라고 애써 불편함을 묻는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