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다른 것을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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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 맴버들은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외국의 트랜드를 수용하기 위한 시스템 구성은 어떠해야 하는지 더이상 갑론을박하지 않는다. 사실은 한번도 논의를 해본 적도 없다. 그간 이러닝 세계에서 보내온 세월을 통해 서로가 생각하는 고민의 지점을 확인하고 난 후, 누가 만들어도 대략 비슷한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각자의 관심은 자유롭게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게 되어 블록체인이나 오픈뱃지나 나노디그리나 마이크로러닝을 이야기하고 있다. 빅데이터, 학습분석은 벌써 오래전 유행어가 되어 버렸다. 우리는 늘 그렇게 관점을 이동하며 세상 기술과 트랜드를 섭렵해 나간다. 그러길 벌써 20년째다.

정기적인 모임과 버클에 올라오는 글을 통해 나 역시 세상 관심사를 별다른 수고로움없이 습득한다. 시류의 관심을 받는 용어는 다 끌어다쓰는 분야로 이러닝 역시 두번째 가라하면 서러울 정도다. 여전히 왕성한 지적 호기심일지, 못다 이룬 꿈에 대한 미련인지 모를 일이다. 누구에게는 부러움으로, 누구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올 만한 얘기들이다.  그러길 아직 20년째다.

요근래 변화를 모색하는 네개의 서비스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콘텐츠와 시스템은 여전히 “전형적”이다. 불행히도 이 “전형적”이라는 용어는 기술적 수준의 한계, 콘텐츠에 숨어버린 교육공학, 통합하기 힘든 개발 구조를 내포한다. 보이는 것에 지배당한 콘텐츠, 콘텐츠에 발목잡힌 시스템이다. 이러길 여전히 20년째다.

이러한 “고집”은 누군가에겐 존재의 이유로, 또 누군가에겐 면피의 결과가 될 것이다. 아니라면 깃발을 들 용기가 없거나 총대를 메기 힘든 처지가 있을 것이다. 말을 극도로 조심해서 쓰는 나에게도 이유가 있듯 말이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것처럼 보이는 해외의 사례는 대부분 작은 생각의 차이에서 기인할 뿐이다. 거기에 사용된 선진 기술이라고 할 만한 것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 환경을 고려할 때 웹표준을 지켜야 하니, 모두 매한가지 기술을 사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도 어쩔 수 없이 모두 같은 기술의 테두리 안에 있고, 이 점은 당분간은 걱정에서 지워도 된다.

또는 차이가 난다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기술일 것이다. 빅데이터가 그렇고,  학습분석이 그렇고, AI 가 그러하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영역의 기술들이다. 데이터를 모아놓았거나 데이터를 모을 방법이 있어야만 가능한 기술들이다. 모아둔 데이터가 없고 모아낼 방법이 없다면 이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다.

또는 교육분야에 적용되는 최신의 IT 기술들이다. 교육 분야에도 “적용되었다”라고 해야 맞는  말이다. VR/AR이 그렇고 로봇이 그렇고 블록체인 등이 여기에 속한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런 녀석들은 수도 없이 찾아올 것이다. 어떤 기술이든지 적용처를 확장하는 데 교육을 빠뜨릴 수 없기 때문에 저절로 다가오는 기술임에도 스스로 다가가지 않으면 뒤처진다 생각들이 드는 모양이다.

또는 일반적인 도구들이 시장지배적인 사업자들에 의해 교육시장으로 진입하는 현상이다. 제자리에 있었지만 사용자들이 교육적 도구, 교육적 플랫폼의 지위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고, 이를 활용하여 마케팅으로 시장을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경우도 있다. 유튜브나 구글 클래스가 이에 속한다.

이 외에도 더 많은 ‘또는’이 있을지 모른다.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수준으로,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되거나 진입하는 기술과 제품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본질보다는 활용에 가깝다. 그리고 결국 웹환경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으니, 보이는 것에 대한 기술적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교육적, 문화적 차이를 기술의 차이로 곡해하거나 왜곡하지 밀아야 한다. 지금의 차이는 오히려 문화지체현상의 가깝고, 교육 철학, 서비스 노하우,  데이터 중심의 사고처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인한 것이다. 정작 두려운 것은 보이지 않은 것을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더디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누구의 말처럼 돌아가 조용히 방망이를 깎아야 할 때인지 모른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다른 것을 감추고 있다. – 르네 마그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