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간절함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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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산업은 정부, 공공 주도로 나올 수 있을까요?

반성합니다. 저도 정부 기관의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날로 먹었던 기억들이 몇 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뒤치닥거리를 한 프로젝트부터 시작부터 아예 작정하고 기획했던 것들도 있었습니다. 나랏돈 중심의 R&D의 한계를 느껴도 보고 겪어도 본 입장에서 전자신문의 기사는 약간의 충격이 있네요.

전자신문 기사 : http://www.etnews.com/20180314000307

몇 년전 기억입니다. 정부의 R&D 사업을 평가하기 위해 심사위원으로 참석했습니다. 5년짜리 과제였고, 금액도 상당히 컸습니다. 2건을 모두 심사했습니다. 5년 후 최종평가 심사위원으로 다시 참석했습니다. 제 관점에서는 5년짜로 프로젝트 모두 실패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러니 하지만 평가결과는 패스. 과제만으로 보면 성과목표를 달성했지만 상업적으로는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한숨 나왔습니다.

제가 평가했던 과제가 의료쪽이었고, 3D 데이터와 햅틱 뭐시기를 활용한 그런 과제였습니다. 조작감도 조악했고, 상업적으로 사용하려면 아예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할 정도였습니다. UI/UX도 품질이 좋지 못했습니다. 전자신문 기사를 다시 돌아 봅니다. 이 기사만으로는 나랏돈을 받아서 R&D를 했던 전력이 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합니다. 나랏돈을 받아서 R&D를 했다면 참 잘했다고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사진상으로만 보았을 때 제가 평가한 과제 산출물과는 너무 차이가 많이 납니다. 허가를 취득했다고 하니 꽤 유연하게 동작하는 상태이겠죠. 과제 산출물은 그렇지 못했거든요.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으니 상용화 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과제 산출물은 그냥 과제 산출물 이상도 아니었거든요.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혁신산업을 과연 정부, 공공 주도로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지 않아 시장이 이따위로 망가지고 있다는 인사들이 방송과 신문에 판을 치고 있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정부와 공공은 행보가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태생이 그렇습니다. 주도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실제 공공에서 일을 해 보니 그런 점을 더 많이 느낍니다.

시장에서 기업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정부와 공공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생각을 해야지 플레이어로 뛸 생각을 하면 안됩니다. 공공은 이익 규모가 작아 기업들이 진행하지 못하는 그런 곳, 그렇지만 공공성이 있는 그런 영역을 잡아야 합니다. 공공성이 핵심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IT혁신, 서비스혁신, 제품혁신의 현 주소를 보면 더디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지 않아서라고 욕하고 있고, 누군가는 정부의 규제가 많아서라고 욕하고 있고, 누군가는 혁신마인드가 없어졌다고 한숨쉬고 있습니다. 누구의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확신하기로는 혁신은 정부나 공공 주도로 나올 수 없습니다. 혁신은 간절함에서 나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