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없이 온라인 교육 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오픈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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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오늘 부서장 회의에서 파격적인 주장을 했다가 혼났습니다. 저희 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는 온라인 교육 사이트가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강좌를 수강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강좌를 더 확산하고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 로그인이라고 하는 행위를 굳이 해야할까에 대한 의구심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결과는 혼났습니다. 그러나 의미는 있었습니다. 생각해 볼만한 주제인 것 같기는 하다는 이야기를 제 보스께서 하셨습니다.

로그인 없이 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모두 오픈하는 경우를 보셨나요? OCW와 같은 형태가 유사할텐데요.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제가 이런 파격적인 주장을 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데이터를 감안했기 때문입니다.

1. 최근 모바일 접속 비율이 70%에 근접하고 있고, 데스크톱은 30% 수준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 모바일 로그인한 비율은 접속량에 비해 상당히 낮아 30%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3. 2018년 현재를 기준으로 강좌 수료한 사람 대비 수료증 인쇄 버튼을 클릭한 횟수의 비율은 0.04% 수준이다.
4. 사용자들은 주로 강좌 속의 동영상을 보는데 집중하고 있고, 댓글을 남기는 등의 활동은 아주아주 적다.

오픈 이후 6개월 정도까지는 모바일 접속이 20~30% 수준이었습니다만, 오픈 1년 6개월 정도 되는 시점에서는 70%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모바일로 접속한 경험이 있는 사용자라면 꾸준히 모바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되는데 굳이 컴퓨터 켜고 PC 앞에 앉아서 수강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번의 데이터에 따르면 모바일 로그인은 수치가 상당히 낮습니다. 접속과 로그인의 갭이 40% 가량 나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벌어지는 것일까요?

온라인 교육 강좌를 마친 후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수료증을 인쇄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데이터를 보니 생각보다 너무 낮은 비율입니다. 0.04%라니요. 평생교육 영역의 온라인 강좌는 수료증이 아주 중요한 이슈가 아님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위 ‘쯩’을 원하는 것이 아니고 배움 자체를 원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니라면 ‘그 쯩’으로 할 수 있는게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요. 이유야 어쨌든 간에 수료증 인쇄는 사용자에게 중요한 학습동인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최초 뭌을 표방하면서 야심차게 사이트를 오픈했지만, 현재 뭌의 성격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동영상 강좌, 즉 인강을 보는데에 집중하는 모습인데요. 이는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의 문제가 있습니다. 설계를 활동 없이 동영상만 보도록 만든 것도 원인이고, 사용자도 동영상만 보면 큰 불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뭌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동영상 강좌 중심의 사이트로 성격이 고착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우리 서비스를 보는 사용자들의 멘탈모델도 그럴 것이라고 추측 됩니다.

이쯤 되면 제가 왜 로그인 없이도 온라인 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는지 이해되시나요? 사용자 관점에서 로그인은 중요하지 않다는 데이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수료증이 중요하고, 댓글 등의 활동이 중요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면 그 사람에 한해서 로그인을 하도록 안내하면 됩니다. 수료증을 염두에 둔 사람이라면 로그인을 하도록 안내를 하면 될 문제입니다. 그 외에는 더 널리 퍼지고 더 많이 활용되도록 오픈하는 것이 교육복지 차원에서 중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PI를 회원수와 수강신청건수 그리고 수료율 등으로 잡는 순간 모든 것은 과거에 갇혀버릴 수 있습니다. KPI를 바꾸지 않고 더 모바일 친화적으로, 더 널리널리 확산되도록 하는 것도 자가당착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유튜브를 보세요. 그냥 보고 싶으면 보면 됩니다. 댓글을 달고 싶으면 로그인하면 되고요. 더 오픈하고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잘 안될 겁니다. 생각의 틀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거든요. 안되는 이유를 찾으면 수도 없이 찾을 수 있으니까요. 여러 모로 아쉬움은 많지만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삼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