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플레이어와 새로운 플레이어의 격돌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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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에듀테크 분야에 새롭게 진출하려는 팀과 간단한 미팅을 했습니다. 아는 분 미팅할 때 재밌겠다 싶어서 꼽사리로 구경삼아 갔다가 시니컬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았습니다. 제가 주로 한 이야기는 꼰대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난 그런 건 반대다, 이런 건 안된다, 내가 해봤는데 어떻더라, 그런 건 안먹힐 것 같다 등과 같은 무례한 이야기 투성이었습니다. 처음보는 팀에게 그것도 남의 회의 꼽사리껴서. 같이 미팅한 팀이 처음에는 저희 시니컬함에 당황하면서도 나중에는 뭐 그럴 수도 있지 정도의 느낌으로 회의를 훈훈하게 마무리했죠.

이 미팅을 하면서 느낀 점을 간략하게 적어보려고 장황하게 글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미 구닥다리 기존 플레이어입니다. 고객을 창출하고 매출을 올리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한 연식 지난 이러닝 세대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공공기관 소속으로 있기 때문에 굳이 매출을 올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현실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들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관리하는 플랫폼들도 잘 동작하고 있고 향후 몇년간은 모니터링만 하면서 운영해도 중간 이상은 갈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됩니다. 업계로 이야기하면 먹고살만한 그런 브랜드 정도는 만들어 놓은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꼰대같은 소리만 한 것 같습니다. 내가 해 봤는데 따위의 이야기만요.

제가 아닌 다른 영역으로 눈을 돌려 봅니다. 과연 나만 꼰대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그렇지만은 아닐 것입니다. 잘 나가는 회사는 잘 나가는 이유 때문에 변신이 어렵습니다. 변신을 하려면 스스로를 깰 수 있는 힘을 길러야하는데 이게 말이 쉽지 정말 어렵거든요. 카니발라이제이션도 서슴없이 감행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게 어렵습니다. 혁신은 기존의 체제에 막혀서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현행 유지만해도 자신의 자리는 보전될 수 있기 때문에 책임 떠넘기기와 밥그릇 챙기기가 만연한 경우가 많죠. 대장이 나서서 움직이지 않으면 새로움의 추구는 아주아주 어렵습니다.

먹고 살만하지 않은 회사는 어떤가요. 투자할 여력이 없습니다. 매월 현금돌려가면서 직원들 월급주기도 빠듯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닝 업계가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죠. 요즘도 여전히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려운 것이 좀 상황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러닝이라는 약빨이 거의 다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이제 이러닝은 복지의 영역 또는 가성비의 영역으로만 판단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유입도 없고, 새로운 시도도 없습니다. 광고와 덤핑으로 남의 피자를 뺏어먹기 위한 경쟁만 있을 뿐입니다. 에듀테크로 어려움을 타개하겠다고요?

에듀테크라고 하는 것을 조작적으로라도 정의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타개할까요. 스스로 혁신하기 위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기득권으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단 1명이라도 매출과 관계 없이 새로운 영역을 위해 기획이나 개발을 하라고 여유를 줄 수 있는 재무상황인가요. 신규사업을 찾으려고 해도 역량 있는 직원이 없다고 합니다만 과연 이것이 직원만의 잘못일까요. 내 지분을 조금 줄이면서라도 서로 성장할 수 있는 윈윈의 협력을 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인가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저도 다양한 시도 중 많이 실패를 했기 때문에 더더욱 시니컬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저는 새로운 플레이어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존 플레이어는 혁신하기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너무 노쇄했습니다. 경험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짠 하고 나타나서 기존 플레이어의 자리를 넘보고 무너뜨려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닝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듀테크라고 이름표만 바꾼다고 없던 고객이 창출되는 게 아니니까요. 결국에는 파이 나눠먹기일 겁니다. 그 파이를 새로운 플레이어가 많이 가지고 가면 좋겠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번 미팅 때 만난 팀과 같이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기술스펙으로 기존 시장을 공략하려는 시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이미 실패해 본 경험을 전달하는데에 주력했습니다. 열 받았을 겁니다. 자기가 뭐라고 저렇게 이야기하지라는 생각도 했을 겁니다. 그들이 저를 보고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저의 시니컬함을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저의 조언을 뒤집을 아이템, 프로세스를 만들려고 노력하겠지요. 기술 개발도 더 할 것이고요. 그거면 족합니다. 기존의 시장에 균혈을 내주길 소망합니다. 이러닝 업계는 자정능력이 없어져가고 있습니다. 그저그렇게 먹고 사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길을 찾고 싶으나 찾을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를 너무 어둡게 보고 있는 것 같네요. 어쩌겠습니까. 저의 솔직한 심정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