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전문가 시스템을 고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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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시스템(ES : Expert System)이라고 하는 오래된 개념이 있습니다. 한 때 유행하던 KMS라고 하는 시스템도 ES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최근에 다시 ES가 부상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유는 바로 인공지능(AI)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각각의 시스템으로만 존재하던 지식 데이터, 경험 데이터들이 AI라는 트렌드를 만나서 챗봇 등으로 환생하는 느낌입니다.

ES를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매출액, 인원수, 페이지뷰, 수강신청건수, 학습시간 등과 같이 정량화할 수 있는 숫자 데이터 이외에도 문자형 데이터도 중요합니다. ES에서는 숫자형 데이터 보다도 문자형 데이터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는 지식과 경험이 검색을 통해 추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내 ES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의 문제의식은 이렇습니다.

– 대부분의 자료들이 한글 문서 속에 갇혀 있다.
– 한글 문서는 그룹웨어의 기록물철 속에 있다.
– 한글 문서가 담당자의 컴퓨터 속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많다.
– 과거부터 존재하던 규정/규칙 등을 신규자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다.
– 암묵적인 지식이 명시적인 지식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 업무 인수인계가 원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담당자들끼리만 서로 알고 다시 사람과 컴퓨터 속에만 갇히게 된다.
– 일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다.
– 기록물철의 검색 기능은 매우 부족하다. 그 속의 문서 내용은 검색하지 못하니까.
– 이렇게 더 쌓이다가는 행정적인 혁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규정집만 하더라도 개정되면 규정집이 한글로 배포됩니다. 무엇이 어떻게 변경되었는지 개정 이력이 있으나 결국 한글 속에 있습니다. 규정 내용을 찾으려면 최신판 규정집을 파일로 받아서 한글 속에서 검색해야 합니다.

매뉴얼을 볼까요. 각종 업무매뉴얼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들도 한글 파일 속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얻은 사람은 자신의 머릿 속에만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의 컴퓨터 속에 있는 한글 문서에 갱신하지도, 그 파일을 다시 배포하지도 않습니다. 이미 직원들의 컴퓨터 속에서 수많은 파편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위키 시스템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위키를 도입하면 제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의식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문자형 데이터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에 검색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와 유사하게 업무매뉴얼들도 쌓인다면 시간이 갈 수록 파워풀해 질 것 같습니다.

위키 시스템을 고민한 이유도 개정 이력 때문입니다. 일반 게시판은 작성자만 다시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댓글과 대댓글을 훑어가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게시판을 이미 운영하고 있는데, 게시판 본문 영역에 텍스트를 넣지 않고, 한글 파일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게시판은 이렇게 써야한다는 멘탈모델이 강려크하게 자리잡아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본문에 텍스트로 쓰라고 한들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아예 틀을 위키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1. 위키가 뭔지 모르겠고, 알려고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화와 생각의 틀을 여는 것이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처음 만나는 허들일 것 같습니다.

2. 누군가는 데이터로 입력해야 하는데, 그게 누구냐가 중요합니다. 나는 그냥 있는거 쓰고 싶어라는 것이 일반적인 직원들의 생각이기 때문에 누군가, 혹은 어느 부서에서 총대를 메고 데이터화 시켜야 합니다.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의 열정페이로 소진되다 사장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것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가 남습니다. 인력과 예산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3. 사용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스마트에디터를 사용하듯이 위키를 작성하려고 할 것입니다. 또는 한글에 문서를 쓴 후에 복붙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위키에 글을 넣는 행위 자체를 어색해 할 수 있고, 귀찮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누군가가 계속 관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교육도 필요하겠지요.

4.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입니다. 위키를 도입해서 성공한 공공기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일반 기업도 성공하기 힘듭니다. 우공이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데이터가 쌓여서 검색의 효과를 본다면 아주 천천히 바뀔 수도 있겠습니다. 그 작업을 묵묵하게 이겨낼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일단 고민은 시작했습니다. 구축하려는 시스템과 위키가 연동될 수 있는지도 관건입니다. 기술적으로 해결도 해야하고, 운영할 방법도 고민해야 합니다. 일단 머릿속으로는 계속해서 관심가지고 드라이브를 걸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방향이 나올 것 같습니다.

최소 1년 이상 꾸준히 운영된다면 ES에 챗봇을 붙이든, 검색엔진을 붙이든, AI를 붙이든 해서 새로우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혁신이 시작은 데이터, 더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있는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데이터가 전부입니다. 앞으로 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